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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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사는 샘(서맨사)은 남자친구 마크가 보여준 다큐멘터리로 감옥에 수감된 미국인 데니스를 알게 됐다. 마크는 샘이 이런 것에 관심이 없다는 걸 알지만 보면 좋아할 거라고 했는데, 그의 예상대로 샘은 데니스에게 푹 빠져버렸다. 아주 오래전, 18살쯤 되었을 데니스가 어린 소녀들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사형수 감방에 갇힌 모습을 본 샘은 연약한 아름다움을 느꼈다. 그래서 온라인 모임에 가입해 사건을 되짚어 보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데니스가 무죄라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그에게 편지를 보내기까지 했다.
답장은 기대조차 하지 않았는데 막상 데니스에게 편지를 받자 자신이 그에게 특별한 존재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데니스를 만나기 위해 무작정 미국으로 향했다.

샘이 자신을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온다는 사실을 편지로 알게 된 데니스는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다 친해진 감독 캐리에게 그녀를 부탁했다. 낯설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미국에서 샘은 캐리 덕분에 조금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감옥에서 투명한 유리를 사이에 두고 만난 데니스는 샘이 봤던 다큐멘터리의 소년과는 조금 달랐지만 여전히 잘생겼고 아름다웠다. 샘은 이내 그를 사랑하게 되었고, 데니스 역시 자신을 사랑하는 것 같다.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감옥에서 결혼을 해 부부가 된다.


“이곳 사람들이 알고 있는 건 그냥 진실뿐이야. 외부 사람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해. 왜냐하면 여기 없었으니까. 그 사람들은 그 당시의 데니스를 몰라. 당신들이 그 녀석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기 전, 맹수가 아니라 사냥감처럼 보이는 법을 배우기 전의 그 녀석을.” p.112

자신은 소녀들을 죽이지 않았다며 억울하다고 말하는 아름다운 열여덟 살 소년 데니스의 사연은 18년이 지난 후 다큐멘터리로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미국에서 멀리 떨어진 나라에 사는 샘 역시 그 다큐멘터리로 데니스를 알게 됐고,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그의 말이 진실이라 굳건히 믿었다.
사실 처음부터 샘이 이해가 되지 않던 부분이었다. 법이 절대적으로 완벽한 게 아니기 때문에 누명을 쓰거나 강압수사에 의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게 될 수는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사건이 있었고 영화로 제작되기까지 했으니 많지는 않아도 때로 일어나는 법의 허술한 점이었다. 그런데 데니스의 경우에는 이전에 보여준 행동에 근거해 충분히 의심을 살만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각본과 설정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만 보고는 그를 충분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샘은 눈에 콩깍지가 씌었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은 저 멀리 제쳐두고 데니스가 무고하다고 믿으며 그를 이성으로 보고 더욱 가까워지기를 바랐다. 그래서 데니스를 만나기 위해 휴가를 내고 미국까지 날아가게 된 것이었다. 데니스가 사형수라서 투명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만나야 했지만 샘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그런 모습을 통해 데니스의 결백을 확신했던 것도 같다.

캐리가 제작하는 또 다른 다큐멘터리 촬영을 따라다니던 샘은 데니스와 가까웠던 하워드의 아버지이자 경찰 에릭 해리스를 만나고, 데니스와 뭔가 친밀한 관계였던 것 같은 린지도 만나게 된다. 그 이후에 감옥에서 결혼을 하고 우연찮게 진범의 자백 덕분에 데니스가 무죄로 풀려나 마침내 세상에 나오게 됐다.
드디어 진짜 결혼생활을 하게 될 거라는 생각에 마냥 행복해야 마땅했지만 샘의 감정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토록 만지고 싶고 안고 싶었던 데니스가 바로 곁에 있어도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분위기가 있었고, 방탄유리를 사이에 두고 만났을 때와는 달리 위험하다는 경보가 머릿속에서 울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샘은 그 경보를 무시하고 오랫동안 감옥에 있느라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그를 챙기고 보살폈다. 좋으면서도 불편한 감정으로 샘은 혼란스러웠다. 샘의 내면에서 울리는 경보가 모두 사실이라고, 잘생긴 얼굴에 빠져서 잊어버리지 말고 제발 좀 자각을 하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다.

마치 샘과 결혼한 남자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고, 자다 깨보니 남의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줄거리를 알지 못하는 이야기 한복판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p.339

계속 등장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린지가 데니스 아버지의 사망 이후 줄곧 샘과 데니스 앞에 나타나면서 뭔가 중요한 키를 쥐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언급만 됐을 뿐 직접 등장하지 않았던 하워드가 그들 앞에 모습을 보인 이후 상황에 속도가 더해졌다. 하지만 그때가 되어서야 샘에게 씐 콩깍지가 벗겨져 보이는 진실을 마주했을 땐 너무 늦어버렸다. 보이는 것을 외면한 덕분에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었으니 안타깝지만 샘이 어떻게 돼도 그 누구를 탓할 수 없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샘도 정상으로 보이지 않아서 데니스와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던 것 같다. 전남친 마크와의 사건을 보면 그녀도 범죄자였고, 데니스에게 집착했으며 사고방식도 일반적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샘의 행동이나 생각이 예측에서 벗어나던 부분이 많아 어이가 없어서 몇 번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그래도 결말은 그들 나름의 해피엔딩이라고 해도 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끝났지만, 개인적으론 정말 안타까운 사람이 한 명 있어서 내게는 씁쓸한 결말이었다.(무슨 죄냐고!!!)

사형수를 사랑하게 됐다는 설정부터가 내 상식으론 이해가 되지 않긴 했다. 잘난 얼굴에 빠져 순진함을 넘어 멍청했던 샘을 보며 역시 얼빠는 답이 없고, 잘생긴 사람은 얼굴값을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소설 리뷰


부산에서 쓰나미가 반복적으로 일어난 이후의 2063년은 가난한 사람들이 더 살기 힘들어진 시대였다. 그래서 그들은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시간 여행을 부자들 대신 떠난다. 있는 자들의 사소한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많은 돈을 받고 과거로 떠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시간 여행 도중에 사망했다. 하지만 목적을 이루고 살아돌아온다면 약속한 금액을 전부 받을 수 있었다.

고아원에서 자라 성인이 됐을 때부터 식당 주방장 보조로 일하는 40대 중반의 이우환은 사장이 오래전에 맛본 곰탕 비법을 배우기 위해 과거로 떠나게 됐다. 부양할 가족이 없는 우환은 이 일에 제격이었다. 13명이 함께 배를 타고 떠나가는 도중에 11명이 사망했고, 우환과 아직 소년티를 벗지 못한 김화영만 살아남아 2019년 부산에 도착했다. 그려준 약도로 “부산국밥”을 찾아 곰탕 맛을 본 우환은 비법을 꼭 배워서 살던 곳으로 돌아가 주방장이 되겠다고 결심한다.

교실에서 남학생들이 싸우던 와중에 어떤 남자가 갑자기 나타났다. 그 남자는 어디서 걸어들어온 흔적이 없이 말 그대로 짠 하고 나타난 사람이었다. 그 남자는 옆구리가 원형으로 파여 안에 들어있어야 할 장기가 바깥으로 쏟아져 나와 엄청난 피를 흘리고 있었다. 하필이면 그 남자와 가장 가까이에 있던 남학생 이순희가 용의자로 몰려 경찰서에 잡혀간다.


남자는 두고 온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두고 온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앞으로의 시간들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 시간 속에서 가능할지도 모르는 행복에 대해서 생각했다.
(……중략)
남자는 왜 이곳에서 살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의심했다.
남자는 왜 자신이 행복해지면 안 되는지, 의심했다. 남자는 왜 여기서 흐르는 시간이 자신의 현재가 되면 안 되는지, 의심했다. 1권 p.301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육류가 사라진 시대에 사장이 원하는 곰탕 비법을 전수받겠다고 목숨을 걸고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 상황이 뭔가 씁쓸했다. 얼마나 많은 돈을 주길래 생명까지 담보로 잡혀야 하나 싶었다. 우환은 곰탕이 목적이었고, 이후에 등장한 누군가는 이제는 생산되지 않는 라면이 목적이었다. 가난한 자들은 더 살기 힘들어진 미래가 그들을 사지로 몰고 있었다.

소 하찮은 이유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된 우환이 찾아가 전수받아야 될 가게가 이후 일어날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 된다. 날 때부터 고아원에서 살았던 우환이 부모에 대해 유일하게 알고 있는 건 아버지 이순희, 어머니 유강희라는 이름뿐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부산국밥은 이순희의 아버지, 그러니까 우환의 할아버지 종인이 하는 식당이었고, 아버지인 순희는 사고만 치고 다니는 19살의 고등학생이었으며, 순희의 여자친구는 당연히 강희였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인 우환은 미래에 대해 발설하면 절대 안 된다는 시간 여행 규칙을 알고 있었기에 그들을 모른 척 헤어지게 하려는 수작으로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우환에게 그들은 자신을 버린 부모였지만, 현재의 순희와 강희는 날티가 나고 사고를 좀 칠 뿐 19살 또래와 크게 다른 점이 없다는 걸 깨달아갔다. 처음엔 버릇없게 굴던 아이들도 우환과 가까워지면서 순희의 아버지 종인보다 친밀한 사이가 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과거의 어린 부모와 미래의 늙은 아들의 기묘한 관계였다. 그리고 그 관계에서 생전 느껴보지 못한 따스함을 알게 된 우환이 이 삶에 미련을 가지게 된다. 그쪽 삶에는 우환을 반겨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드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시간 여행을 주관하는 여행사 입장에서는 당연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 여행을 한 사람들은 이쪽에서는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다.

“우리는 조금 더 악착같이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이곳에 살기 위해, 그곳에서보다 더, 악착같이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2권 p.240

이런 와중에 신체가 뚫려 나타난 남자의 사건을 형사 양창근과 강도영이 수사한다. 그러면서 상상도 못했던 시간 여행에 대한 비밀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한 부동산 중개인 박종대가 나타나고, 우환과 함께 살아남았던 화영이 과거로 온 목적을 이루기 위해 신비한 능력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면서 누군가를 위협하게 된다.
시간 여행에 대한 거대한 비밀이 조금씩 밝혀지는데 어찌나 궁금하게 만들었는지 안달을 하며 읽었다. 1권 말미에 화영이 죽여야 할 사람에 대한 실체가 밝혀져서 소름이 쫙 돋았다. 이후 2권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던 박종대의 야심이 거침없었는데 또 그게 굉장히 정교해서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시간 여행자인 우환을 비롯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고등학생인 순희까지 엮여 스릴에 스릴을 더했다. 이들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맛이란 건 좋은 기억 같은 건가 보다. 잊을 수 없는 맛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인가 보다. 1권 p.14

러다 모든 게 끝나고 마치 에필로그처럼 이어진 그들의 모습을 보며 감탄을 하다가 마지막엔 울컥 눈물이 나고 말았다. 과거로 돌아갔을 때 무언가를 바꾸려 해서는 안 됐는데, 그들이 나의 부모, 할아버지라고 하는데 어찌 마음을 쓰지 않을 수 있었을까 싶다. 우환의 선택이 엄청나게 이기적인 결과를 낳기도 했지만, 평생 가져보지 못했던 행복을 과거에 와서야 손에 넣었다고 생각한 그의 마음이 너무나도 이해가 됐다.
그리고 사건을 수사하면서 당최 믿을 수 없던 사실을 하나씩 알아가다 마침내 가장 중요한 것을 깨달은 형사의 따스한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았고, 그에 대한 또 다른 진실이 밝혀진 부분에서 놀라고 말았다. 또한 화영을 사주한 자의 정체도 이렇게 연결되나 싶어 충격을 받았다.
앞서 흘려놓은 단서들이 1권 후반부터 회수되면서 마지막엔 다 밝혀지는데 계속 놀라면서 읽었다. 설계가 정말 정교한 소설이었다. 잘 설계된 구성뿐만이 아니라 쫓고 쫓기는 부분이 많이 등장해 스릴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읽다가 소리 내서 웃었을 정도로 코믹한 포인트로 즐겁게 했고, 마지막엔 진한 감동까지 줬다.

보통 재미있게 읽은 책들은 영화화가 되기를 바라는데, 이 소설은 짧은 영화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방대한 내용이라 드라마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드라마를 보면 헤어 나오기 힘들 만큼 푹 빠지고 매회를 안달하며 기다리기 싫어서 잘 안 보는 편이지만, 이 소설을 드라마화한다면 100% 볼 의향이 있다.

소설을 읽고 웬만하면 재미있다고 잘 안 하는 편인데 진짜 재미있게 읽었다. 재미있어서 빨리 읽었지만 페이지가 줄어드는 게 아까웠을 만큼 진짜 재미있었다. 이 책을 왜 이제야 읽었을까 싶으면서 이제라도 읽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소설을 읽어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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