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 1992)

 

 

엄격한 목사 아버지와 너그러운 어머니, 그리고 두 아들 노먼과 폴은 몬태나 주 강가 근처에 살면서 평화로운 나날을 보낸다. 플라잉 낚시를 좋아하는 아버지 덕분에 노먼과 폴은 어렸을 때부터 낚시를 배웠고, 나중엔 그게 일상이 되었다. 두 아이는 하루에 정해진 분량의 공부를 끝내면 오후엔 마음껏 낚시를 하며 형제는 우애를 다져갔다. 조금 자라서는 부모의 속을 썩일 때도 있었고 때로는 다투기도 했지만 금세 회복될 관계였다.

먼저 성인이 된 노먼이 대학을 가기 위해 집에서 멀리 떠나 학업과 일에 집중하느라 꽤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몇 년이 지나 노먼은 교수 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고향에 돌아온다.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와 어머니는 조금 나이가 드셨고, 언제나 철이 없을 것만 같던 동생 폴은 기자가 되어 제법 건실하게 살고 있었다.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형제의 성격은 완전히 달랐고, 성인이 되어서는 그 다름이 도드라졌다. 노먼과 폴이 각각 교수와 기자로 문과적 성향을 가지긴 했지만, 성격에 큰 차이가 있었고 어렸을 때 똑같이 배운 플라잉 낚시도 큰 격차를 보였다. 어렸을 때 폴은 여느 동생이 그러하듯 형 따라쟁이라서 자신도 권투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었는데, 그가 실제로 권투 선수가 되었다면 제법 잘 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누군가에게 주목받는 걸 좋아하고 배를 타고 폭포로 떨어져 보자는 제안을 할 정도로 용감, 어쩌면 무모함까지 지니고 있었다. 노먼은 동생 걱정에 어쩔 수 없이 함께하곤 했지만 그는 폴보다는 훨씬 조심스러운 성격이었다.

같은 집에서 살을 부대끼고 살았을 때는 몰랐던 서로의 다름이 얼마 동안 떨어졌다 재회하게 되면서 돋보이게 됐다. 폴이 일하던 중에 글이 잘 안 써진다고 술을 마시는 걸 보는 노먼의 입장에서는 좀 놀랄만했다. 거기다 폴은 마을에서 눈총을 받기 딱 좋게 인디언 여자와 사귀었고, 포커 노름판에 자주 드나들어 빚까지 있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노먼이 말을 해도 듣지를 않고 괜찮을 거라며 웃어넘기는 폴을 말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어느 정도의 충고는 할 수 있지만 다 큰 성인에게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왈가왈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말이다.

형제나 남매, 자매들이 대체로 비슷하지 않나 싶다. 나와 내 동생만 하더라도 성격이 너무 다른데 또 어떻게 보면 비슷한 구석이 있다. 어렸을 때는 동생과 길에서 치고받고 싸운 적도 있었을 만큼 서로 안 맞는 부분에 격하게 반응했지만, 이제 둘 다 나이가 꽤 들고나니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그저 넘어가는 상태가 된 것 같다. 같은 형제 지간이라도 다름을 이해하게 되는 게 나이듦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 시작이 같았어도 형제가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되는 건 흐르는 물줄기와 같았다. 그 다름으로 인해 비극이 일어날지라도 결국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네이버 영화 줄거리에 몇 줄 안 나와 있는데 폴 역할을 맡은 브래드 피트가 죽는다고 쓰여있어서 죽음 이후 가족의 모습이 주된 내용일 줄 알았다. 그래서 폴이 대체 언제 죽는 건가 했는데, 영화가 끝나기 고작 10분 전에 사망했다. 그 사건 때문에 영화 내용도 전혀 다르게 전개될 거라고 예상했던 터라 당황했다. 스포일러가 너무 심한 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예상과는 전혀 다른 전개를 보여서 좀 잔잔하게 느껴졌다. 큰 사건이 있었던 영화가 아니라 두 형제의 서로 다른 인생의 길에 대해 보여준 영화였기 때문이다. 줄거리만 읽지 않았더라면 더 좋게 봤을 수도 있는 영화라 조금 아쉽다.

원작 소설이 있길래 그런가 보다 하고 무심코 봤더니, 작가가 노먼 본인이라 깜짝 놀랐다. 실제로 경험했던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소설인가 보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왠지 모르게 숙연해진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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