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란시스 하(Frances Ha, 2012)

 

 

뉴욕에서 살고 있는 27살의 프란시스는 이름을 날리는 현대무용수가 되겠다는 꿈을 꾸며 열심히 살고 있다. 가장 친한 친구이자 룸메이트인 소피 역시 출판업계의 거물이 꿈이라며 서로를 응원해주고 미래를 그려보기도 한다.

 

그런데 왠지 프란시스에게 자꾸만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 같다. 사소한 것으로 다투다가 남자친구와 헤어져 버렸고, 집 계약을 연장해 계속 함께 살 줄 알았던 소피는 정말 살고 싶었던 동네에 집을 봐둔 친구와 같이 살기로 했다며 프란시스는 급하게 집을 구해야만 했다. 거기다 예정되어 있던 공연에 프란시스는 무대에 설 수 없을 거라는 말을 듣는다.

 

 

뉴욕에서 예술가 지망생으로 산다는 건, 경제적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부모님이 있거나 프란시스처럼 가난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새크라멘토에서 자란 프란시스는 꿈을 좇아 뉴욕으로 왔지만, 세상엔 재능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던 터라 그들 사이에서 빛을 발하기엔 어렵기만 했다. 그래도 꿋꿋하게, 즐겁게 춤을 추고 일상을 보냈으나 소피와 떨어져 살게 되면서 점점 안 좋은 일들만 일어나고 있었다.

 

갈 데가 없어서 별로 친하지도 않은 친구의 집에 얹혀사는 거나 가깝지 않은 사이에 자신이 가난하다고 말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초대를 받았다고는 해도 친구네 가족 모임에 끼어 허기를 채우는 것 역시 웬만한 염치 없이는 할 수 없었다. 보고 있는 내가 오히려 부끄러울 정도였지만, 프란시스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닌 애매한 상황마저 그녀는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프란시스가 조금 낙천적인 성격인지도 몰랐고, 지금 당장 그녀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그녀도 주변 친구들처럼 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자신은 자꾸만 상황이 나빠져만 가는데 소피를 비롯한 새 룸메이트들이나 만나는 친구들은 다들 잘나가고 좋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소피는 능력 좋은 남자친구와 결혼을 할 것 같고, 함께 살게 된 레브와 벤지는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서 프란시스처럼 안달을 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예술가의 면모를 보이며 날마다 즐겁게 살았다.

그 때문인지 프란시스는 돈도 없는데 파리로 여행을 갔다. 겨우 이틀 동안 말이다. 프란시스가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미친 짓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곳에서 프란시스는 잠으로 하루의 절반을 보내고 제대로 뭘 먹지도 못했으며, 파리에 온 보람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이 곧바로 떠나야 해서 안타까웠다.

 

파리에 다녀온 후에도 프란시스는 자신에게 맞는 자리를 도무지 찾아가지 못했다. 꿈에서, 목표에서 점점 멀어지는 자신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건 너무 비참했지만, 그런 감정조차 사치일 만큼 당장 눈앞에 닥친 모든 게 문제라서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사람은 닥치면 어떻게든 살게 되어 있었다.

 

 

꿈이 확실하다는 건 이뤄야 할 확실한 목표가 있다는 점에서 인생의 방향을 빠르게 결정지을 수 있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재능이 약간 모자란다고 깨달았을 때는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여태까지 달려온 노선에서 살짝 벗어나 옆 차선으로 가야 할 때의 기분은 왠지 비참했고, 그랬기에 당장 돈에 허덕이고 있는데도 괜한 허세를 부리며 자신의 상황을 뻥튀기하는 것이었다. 인정하게 된다면 그게 정말 끝일 것 같은 느낌이었을 터였다.

하지만 더 끔찍한 건, 여기가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더 가라앉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걸 겪고 나서야 비로소 현실과 타협하게 된다.

 

프란시스와 비슷하게 그녀가 부러워 한 친구들 역시 그들의 삶에도 목표와는 다르게 어긋나는 지점이 존재했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함께 살았던 친구들에게도 재능과 사랑, 현실 등의 온갖 복잡한 문제들이 엮여 꿈에서 멀어진 삶을 살았고, 아직까지 꿈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기도 했다. 모두가 꿈을 이뤄 행복하기만 한 게 아니었다. 각자에겐 타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좌절과 고뇌가 있었고, 그걸 이겨내기 위해 모두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인생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프란시스는 자신의 나이를 많다고 여겼지만, 27살은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많다고 할 수 없는 나이였다. 아직 젊었고 그녀는 꿈과는 조금 다르지만, 어쨌든 목표와 관련된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프란시스보다 훨씬 많은 나이에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할 만큼 별 재능이 없는 나는 그녀가 부러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프란시스가 왜 저러나 싶을 때마다 나도 그랬던 적이 있어서 조금 부끄러워졌다.(그래도 돈 없는데 파리에 가는 정도까진 아님.) 헛짓거리도 해보고, 미쳤다고 할 수 있는 짓도 할 수 있는 건 젊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젊음은 때론 미친 짓을 하기에 충분한 조건인 것 같다. 그 후의 후회도 당연히 자신의 몫이기도 하고.

 

부끄러움과 코믹을 넘나드는 영화였다. 다르지만 비슷한 젊은 시절을 보는 기분이라서 공감이 되기도 했다.

색이 들어가지 않은 흑백 영상만의 묘한 분위기에 빠져들어 몰입해서 봤다. 처음엔 차갑게 느껴졌지만 나중엔 표정에서 드러나는 감정이나 상황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매력이 있었다.

영화 프란시스 하(Frances Ha,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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