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펙트 케어(I Care A Lot, 2020)

 

 

말라는 늙고 병들어 스스로를 돌볼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 요양원에서 편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집과 재산 등을 대신 관리해 주는 케어 서비스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주치의의 소견서를 받아 고객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 후 법적으로 정식 후견인이 되는데, 사실 말라가 운영하는 회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온갖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고 있다. 겉으로는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말라의 회사는 더욱 승승장구한다.

꽤 오랫동안 단물을 빨아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노인이 몇 개월 만에 사망하자, 말라는 요양원 VIP 룸에 새로 들일 호구를 물색한다. 말라에게 여러 고객을 소개해 준 의사에게서 마침 딱 적당한 사람을 추천받는다. 40년간 금융권에서 일하다가 은퇴한 제니퍼는 결혼을 한 적이 없어서 남편, 자식이 없었고 친척들도 없었다. 부촌에서 혼자 사는 그녀가 막대한 현금 자산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말라는 곧바로 작업을 시작하지만, 제니퍼가 요양원에 들어가자마자 관련 인물 목록에 없는 변호사라는 사람에게 협박에 가까운 제안을 받는다.

 

 

말라는 겉으로 보기엔 너무나 훌륭한 일을 하고 있었다. 치매 등의 병을 앓고 있지만 가족과 자식조차 제대로 돌보지 않는 노인들의 법적 후견인이 되어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만 봐서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 영화 오프닝에서 한 남자가 요양원에 들어가지 못해 행패를 부린 이후 법원에서 말라와 대면하는 장면만 보면 그녀에게 희생정신이 있다고까지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말라는 뼛속까지 돈을 밝히는 속물이었다. 게다가 머리도 좋아서 불법적인 일은 절대 하지 않았다. 말라의 회사가 원활하게 운영되는 데에는 의사와 요양원 원장 등도 기여하고 있었다. 모두가 돈을 좋아하는 한통속이라 말라가 적당히 떼어주는 콩고물을 넙죽넙죽 받아먹으면서 그녀에게 협조를 했다.

그러던 차에 새로운 고객을 물색하다가 대어를 물게 됐다. 부유한 제니퍼에게 가족, 친척이 없다는 건 최상의 조건이었다. 후견인으로 법원의 인정만 받는다면 말라의 손에 들어오는 건 너무나 많을 터였다. 그래도 만일을 대비해 직원이자 연인인 프랜이 모든 것을 조사했는데, 제니퍼는 정말이지 아무런 문제 없이 깨끗했다. 의사와 손발을 맞춰 법원의 판결을 받아내 단골 요양원에 제니퍼를 집어넣기까지 무사히 성공한다.
말라가 무서웠던 부분은 모든 일을 합법적으로 처리했다는 것이었다. 영화 오프닝에 등장한 남자는 요양원에서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보호사나 경호 직원이 증인이 될 수 있었고 CCTV에도 찍혔을 게 분명했기 때문에 법원의 판결이 억울하더라도 일단 폭력적인 행동을 했으니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반면에 말라는 너무나 여우 같은 사람이라 자신의 속내를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프랜이나 의사, 요양원 원장 외에 사람들에겐 매너 있는 행동을 했다. 자신이 돌보는 노인들(이라 쓰고 호구라 읽음)에게도 책잡힐 일을 만들지 않았다.

 

 

이하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음

이렇게 승승장구하기만 하던 말라의 앞을 가로막는 존재는 제니퍼의 알 수 없는 친구들이었다. 처음엔 젠틀하게 변호사 딘을 먼저 보내 제니퍼의 친구가 무서운 사람이라는 걸 말해줬지만, 말라는 이 일을 하며 너무나 많은 협박을 받아왔기 때문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그러다 딘이 가방에서 15만 달러를 보여주며 제니퍼를 풀어줄 것을 요구하자 말라는 더 큰 금액을 말했다. 굉장하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지만 말라는 예상보다 배포가 훨씬 컸다. 그 정도의 돈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 많이 가졌을 거란 결론을 이미 마쳤다는 걸 보면 머리가 정말 빠르게 잘 돌아갔다.

말라가 더 많은 돈을 손에 넣기 위해 재보는 동안 제니퍼의 아들이 등장해 어머니를 빼오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분명 제니퍼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어디서 나타난 아들인지는 대충 몇 가지 경우의 수를 예상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 아들이 보기보다 무서운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튼튼해 보이는 차를 타고 다니며 경호원과 운전기사가 따로 있었고, 심부름을 해주는 부하들도 몇 있었다. 말라가 제니퍼의 아들과 본격적으로 대면한다면 그리 좋지 않은 결과가 있을 거라 예상했다. 아들의 정체가 밝혀진 이후에는 더욱 확신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허술하게 흘러갔다는 점에서 후반에 김이 빠졌다. 아들의 정체만 놓고 봐도 말라는 상대도 안 되는 게임이었는데, 그녀는 너무나 빠르고 쉽게 모든 걸 처리했다. 말라가 일을 뚝딱뚝딱 해치울 수 있었던 건 곳곳에 허술한 설정들이 있던 덕분이었다. 승기를 말라 쪽에 기울게 하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일 테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아쉬울 뿐이었다. 그렇게 당한 아들이 결말에 쉽게 인정을 하고 말라에게 어떤 제안을 하는 것 역시 조금은 이해할 수 없었다. 방법이 없었다고 너그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들이 가진 힘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굽히는 게 사실 말이 안 됐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렇게 결말을 향해 흘러가는 듯 보였는데, 끝나기 직전에 기어코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결국 돈 때문에 흥망성쇠 한 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 영화였다. 돈이 좋긴 하지만 죽을 때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점은 영화 속에 등장한 여러 인물들의 상황에 적합한 말이었다.

 

 

보는 내내 누구를 응원해야 할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시작부터 나쁜 사람이라는 걸 확실히 보여준 말라를 응원하기엔 양심이 찔렸고, 그렇다고 제니퍼 아들의 입장은 어머니의 상황을 보면 이해는 되지만 그 역시 좋은 사람이라고 볼 수 없었기에 응원할 수가 없었다. 그저 이쪽저쪽을 오가며 아무나 이겨라(?)라는 마음으로 봤다. 그러다 마지막에 그렇게 된 걸 보니 역시 사람은 처신을 잘 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특히나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무슨 말도 해보기 전에 끝장날 수 있으니 말이다.

로자먼드 파이크는 이런 역할이 정말 잘 어울린다. 연기를 정말 잘하는 배우지만 정상적이고 양심적인 혹은 평범한 역할을 할 때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은데, 약간 비정상적이고 사이코 같은 캐릭터를 연기할 때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다. <나를 찾아줘>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나쁜데 멋있는 역할이라 매력적이었다.
말라의 연인을 연기한 프랜이 예뻐서 누군가 했는데 <베이비 드라이버> 등의 영화에 출연한 에이사 곤살레스였다. 헤어스타일만 달라졌을 뿐인데 못 알아봤다. 그리고 출연하는 줄 몰랐던 피터 딘클리지는 처음 등장했을 때 무시무시했으나 갈수록 캐릭터의 성격이 달라져서 조금은 아쉬웠다.

후반으로 갈수록 허술해서 정말 아쉬웠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난하게 감상한 영화였다.

영화 퍼펙트 케어(I Care A Lot,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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