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테슬라(Tesla, 2020)

토머스 에디슨의 회사에서 일하던 니콜라 테슬라는 발전기 성능을 크게 향상시켜 그에 대한 보너스로 약속했던 5만 달러를 요구하지만, 에디슨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그 결과로 에디슨의 회사를 그만두게 된 테슬라는 투자자를 모으기 시작하는데, 다행히 이제 막 이름이 알려졌던 터라 그는 자신의 머릿속에만 들어있던 것들을 직접 만들어 낼 기회가 주어진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테슬라처럼 순수한 열정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경제를 움직이게 하는 건 돈이었고, 들어간 투자금이 이윤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실망하기 마련이었다. 테슬라의 발명이 오르막과 내리막을 왔다 갔다 했던 건 금전적인 이유가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는 머릿속에 그려놓은 그림을 실현시키는 걸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다 테슬라에게 호감을 보이던 앤 덕분에 그녀의 아버지 J. P. 모건에게서 투자금을 받아 그토록 바라던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영화는 에디슨과 틀어진 테슬라의 모습으로 시작되었다. 어렸을 때 익히 봐온 위인전 덕분에 에디슨을 위대한 발명가로 알고 있었지만, 성인이 되어 접하게 된 정보를 통해 에디슨은 발명가이긴 하나 승부욕이나 여러 욕심이 아주 강한 사업가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됐었다. 세상은 널리 알려지고 특허가 1093개나 있다는 에디슨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지만, 순수한 열정으로 과학의 발전을 이룩한 사람은 테슬라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순수한 열정만으로는 발명을 할 수 없었다. 어떤 것을 연구하려고 해도 일단은 금전적인 부분이 뒷받침이 되어줘야 했기 때문에 테슬라는 회사에 다니거나 자신의 발명품을 보여주며 투자자를 끌어모아야 했다. 이때부터 테슬라의 굴곡진 인생이 시작되었다. 열정이 있고 성공에 대한 확신도 있으나 가장 중요한 문제가 걸림돌이 되어 테슬라의 발목을 붙잡았다. 좌절할 법도 했지만 테슬라가 포기하지 않았던 덕분에 웨스팅하우스와 계약을 하고 앤 모건과 친분을 쌓아 그의 아버지에게서 거액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그만큼 테슬라가 그려내고 만들어내려고 한 것들에 가치가 있다는 뜻이었다. 처음엔 교류를 비판했으나 만국박람회 이후 테슬라를 인정한 에디슨을 비롯해 웨스팅하우스, J. P. 모건 등은 그 시대는 물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사람들이었다. 평범한 사람들보다 수십 발은 앞서 미래를 내다보는 그들은 무엇이 가치가 있고 투자해야 하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는 뜻이었다. 100여 년 전 동시대를 살아갔던 그들이 치열하게 싸웠던 덕분에 우리의 현재가 발전될 수 있었다.

영화를 보며 놀랐던 건 테슬라가 만들어내고 싶었던 것들을 지금 우리가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핸드폰 기술이 연상되는 발명에 대해 말하는 부분에서 어떻게 그 시대에 2000년대에 와서야 상용된 스마트폰의 중요 기술을 떠올릴 수 있었을까 싶어서 감탄했다. 테슬라는 100년 후 우리가 사는 현재를 과거에서 그려내고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테슬라가 머릿속에 그린 그림은 과거 사람들에겐 너무 허황된 것이라 느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과 연락하고 메일을 주고받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1800년대 후반에 전화가 없는 나라도 많았을 텐데 어떻게 국경 밖 머나먼 곳에 있는 사람과 연락을 주고받는다는 건지 믿을 수 없는 게 당연했다.
그 부분을 보면서 테슬라의 외로움이 짙게 느껴졌다. 너무나 앞선 사고를 가지고 과거를 살아가는 그가 설명하는 것들을 이해해 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테슬라에게 호의적이었던 앤마저 영화 후반에 들어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테슬라를 향한 앤의 감정이 온전히 업무적인 부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그 시대의 인물이었더라도 테슬라가 사기 치는 것 같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테슬라의 삶에 중요했던 한 시기를 깊이 들여다보며 그가 너무 이른 시대에 태어났다 싶으면서도, 그 시대에 태어났기에 우리가 현재를 누리고 있다는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테슬라가 1800년대 후반에 생각했던 것들은 2000년대에 와서야 보편화되기 시작했으니, 만약 그가 조금만 늦게 태어났더라면 우리는 현재의 기술은 써보지도 못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테슬라 외에 또 다른 천재가 시대를 앞지르는 발명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 시기가 언제일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천재의 삶이란 늘 외로움이 동반되는 것 같다. 영화가 후반으로 흘러가면서 왠지 <이미테이션 게임>의 앨런 튜링이 떠올랐다. 두 사람이 뛰어난 재능을 보인 분야가 다르고 살아갔던 시대 역시 차이가 나지만, 그들이 매달린 분야에 주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나 점점 더 외로워지는 모습에서 비슷한 분위기를 느꼈다. 재미있는 점은 앨런 튜링을 연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커런트 워>에서 에디슨을 연기했다는 것이다. 참고로 <커런트 워>를 진작에 감상해서 에디슨과 테슬라, 웨스팅하우스의 관계를 알고 있었던 덕분에 이 영화의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이 영화는 니콜라 테슬라의 삶을 소재로 한 첫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여태껏 에디슨이라는 빛에 가려진 그늘에 있던 테슬라의 단편만을 보고 알았던 셈이다. 에디슨이 워낙 널리 알려지고 조금은 미화가 되어서 테슬라는 더욱 빛을 보지 못해 비운의 천재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테슬라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조금은 알게 됐다. 그는 발명가이면서 미래를 정확하게 그려낸 선구자였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인도주의자라는 것이다. 자신이 발명한 기술을 모건 같은 부유한 사람들에게 팔아 많은 이윤을 남기게 되기보다는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기술적인 혜택을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랐다. 이지적인 두뇌에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 말을 하는 장면에서 진심이 느껴져 괜히 뭉클했다.

목표를 향해 꺾이지 않는 의지가 있으면서도 외로움이 짙게 느껴지는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기엔 에단 호크가 최적이었다. 많지 않은 대사보다는 눈빛을 통해 그의 감정을 전달해 주었다. 그랬기에 후반으로 갈수록 안타까움을 느꼈고 마지막엔 덩달아 쓸쓸해지기까지 했다.
영화를 본 덕분에 우리의 현재를 오래전 과거에서 그렸었던 니콜라 테슬라가 얼마나 위대하고 그만큼 넓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의 존재 자체와 생각을 실현해낸 것들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영화 테슬라(Tesla,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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