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스 콜렉터(The Tax Collector, 2020)

 

 

LA 지역 갱들이 벌어들이는 돈의 30%를 세금이라며 가져가는 “택스 콜렉터”인 데이빗과 크리퍼. 상납금으로 바쳐야 하는 돈의 액수가 너무 크긴 했지만 갱단은 그들이 보스로 모시는 위저드가 워낙 악명이 높았기에 거스를 수가 없다. 한편으로는 그들의 손을 잡고 규칙만 잘 지킨다면 불이익보다는 이익이 더 많았기 때문에 따를 수밖에 없기도 했다.

이러한 사업으로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하며 부를 쌓아가던 데이빗과 크리퍼 앞에 멕시코 출신 코네호가 나타난다. 누군가에게 돈을 받으러 갔다가 마주친 그는 두 사람에게 자신의 밑으로 들어오라고 말한다. 지금 들어오면 피를 흘리지 않아도 될 거라면서 말이다. 자신들이 일구어놓은 것을 대뜸 나타나 가로채려고 하는 코네호의 말에 자존심이 상한 그들은 당연히 그의 밑으로 들어갈 리 없었고, 결국 그건 전쟁이 벌어진다는 의미였다.

 

 

예고편이나 포스터만 보고는 데이빗과 크리퍼가 동업자 관계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라틴계인 데이빗은 그의 삼촌을 윗사람으로 모셨고, 삼촌보다 더 높은 자리에 있는 진짜 보스는 초반엔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던 위저드였다. 백인인 크리퍼가 라틴계 조직을 차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수직 관계만이 최선의 방향으로 유지될 수 있는 이런 특수한 조직에서 데이빗은 현장 업무를 도맡아 하며 사촌 여동생, 크리퍼와 허물 없이 지내고 있었다. 같은 조직 내에서 데이빗과 일하는 사람 모두 친구, 형제 같은 관계처럼 보였지만, 정작 무언가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나 큰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들은 데이빗의 선택을 전적으로 믿고 따랐다. 가족과도 같은 애정을 준 데이빗을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
데이빗의 이런 면모는 조금 의외였다. 영화 초반 장면을 통해 데이빗이 가정적이고 따뜻하며, 심지어는 독실한 신자라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여기서부터 뭔가 모순적이라고 생각했다. 갱단을 죽이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뜯어내 본인의 부유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으면서 툭하면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는 게 내 기준에서는 뭔가 이치에 맞지 않았다. 이런 특이한 부분이 영화의 변수로 작용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데이빗과는 다르게 크리퍼는 신을 믿지 않았고, 가족도 없었으며 여자를 수시로 갈아치우는 면을 보였다. 어찌 보면 크리퍼가 현명했다. 무시무시한 갱단에게서 돈을 강탈하는 게 그들의 일이라 상황이 잘못되면 소중한 사람들이 다치게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저 크리퍼처럼 혈혈단신으로 마음껏 즐기며 사는 게 나았다. 그런 면에서 크리퍼는 무자비한 조직에 잘 어울릴 수밖에 없었고, 본인도 그걸 잘 아는지 악마라고 정평이 나 있었다. 데이빗 외에는 소중한 사람이 없어서 무서운 게 없는 사람이 바로 크리퍼였다.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두 사람이 나름 맡은 역할을 다하면서 조직은 명맥을 유지해나가고 있었지만, 어디서 굴러 들어온 지도 몰랐던 코네호가 나타나면서 그들 조직 자체가 위태로워진다. 한 성깔 하는 크리퍼가 물어뜯을 기세였지만 최대한 점잖게 해결하려고 했던 데이빗의 판단 착오의 결과로 소중한 모든 것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이하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음

데이빗과 코네호 둘 다 갱단에 기생해 손 안 대고 코를 풀려고 한다는 점은 같았다. 자기네 쪽으로 붙으면 떼어먹는 콩고물의 가격을 좀 깎아준다는 협상 따위는 언급되지 않았으니 어차피 빼앗기는 건 변하지 않았다. 갱단의 입장에서는 도긴개긴이라 결국 거대한 콩고물을 사이에 두고 데이빗과 코네호만 박 터지게 싸우는 꼴이었다.

코네호의 조직이 데이빗의 조직을 습격해 모든 게 초토화된 이후 모순적인 부분이 빛을 발하며 나쁜 두 놈 중에 누가 그나마 덜 나쁜지 보여줬다. 앞서 언급했듯 데이빗은 가족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여기서 데이빗의 가족이란 아내와 자식뿐만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크리퍼와 동료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가족이고 나발이고 그런 거 하나도 신경 쓰지 않는 코네호가 크리퍼를 시작으로 데이빗의 소중한 이들을 하나둘씩 망가뜨리면서 여태까지 뒤에서 너그럽고 신사답게 행동했던 그의 눈이 뒤집히는 게 당연했다. 가장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긴 사람마저 잃게 됐으니 어떻게든 복수를 해야만 했다.
그런데 데이빗은 코네호처럼 무자비한 인간은 아니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같은 속담을 따르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경우를 지킨다고 할 수 있었다. 코네호가 자신의 가족, 동료를 무참하게 죽였어도 본인은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게 맞는 말 같으면서도 묘하게 위화감이 들어 모순적으로 느껴졌다. 복수해야 하는 상대라고 해도 그 가족은 아무런 잘못이 없으니 건드리면 안 된다는, 뭐 그런 의미가 신사적으로 보이면서도 여태까지 이런 영화에서 본 적 없는 행동이라 신선했다.
데이빗은 선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었던 반면에 코네호는 건드리면 안 되는 것마저 건드리고 마는 인간이었다. 두 사람 중 무자비했던 건 코네호였다. 조직의 우두머리가 크리퍼였다면 가차 없는 복수가 이어졌겠지만, 데이빗은 목표물만 보고 달리며 연좌제를 적용하지 않았다.

뭔가 터질 것 같은 분위기가 흘러갔어도 데이빗은 크리퍼처럼 몸이 먼저 나가는 타입이 아니었기 때문에 액션 장면이 많지 않았다. 후반에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기대했는데 코네호가 공격할 때와 데이빗이 복수를 위해 나섰을 때 외에는 액션 장면이 드물었고, 그마저도 빠르게 해치워버렸다. 장르가 액션이라고 되어 있어서 기대를 했는데 드라마가 훨씬 더 강했다. 그리고 악랄한 크리퍼의 캐릭터가 인상적이라 더 오래 보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어느새 처리되어 버리고 말았다.

결말에 밝혀진 비밀을 보니 데이빗이 왜 그렇게 가족이나 가족적인 부분에 집착과도 같은 애정을 보였는지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어렸을 적 자신에게 부족했던 것, 받고 싶었는데 받지 못했던 것을 스스로 이뤄놓고 지키는 데서 삶의 만족을 얻었는지도 모른다. 끝까지 기대했던 감정이 돌아올 리 없다는 걸 깨달은 대가가 너무 컸기에 마지막엔 스스로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설정이 특이했던 영화다. 갱단에게서 세금을 뜯어내는 택스 콜렉터라니, 나쁜 놈들을 상대로 나쁜 짓을 하는 나쁜 놈들이 보여줄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나쁜 놈들끼리 싸우면 정말 굉장한 성인용 액션이 나올 것 같아 기대했던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드라마가 너무나도 강했고 액션은 조금 보여주고 말았다. 그래서 아쉽다. <존 윅> 시리즈처럼 무자비한 액션을 기대했던 탓도 있는 것 같다. <존 윅> 같은 영화는 드문데 말이다.

샤이아 라보프가 주연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조연이었고, 영화 내용은 바비 소토가 맡은 데이빗을 중심으로 흘렀다. 액션 영화로 포장했지만 알맹이는 가족 영화였다. 가만 보면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의 전작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도 가족적인 마무리를 했는데, 가족에 대한 애정이 굉장한가 보다.
드라마를 덜어내고 말 그대로 무자비한 액션에 중점을 뒀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샤이아 라보프의 크리퍼 캐릭터가 영화에 잘 어울리는 이야기를 만들어냈을 것 같은데 생각보다 금세 소모된 점 또한 아쉽다.

 

영화 택스 콜렉터(The Tax Collecto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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