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탑 건(Top Gun, 1986)

 

해군 파일럿 매버릭은 동료 구스와 함께 최정예 파일럿 훈련학교인 “탑 건”에 입학한다. 입학한 첫날부터 “아이스 맨”이라는 친구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지만 매버릭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최고의 파일럿이 되겠다는 목표로 탑 건에 왔지만, 전투 훈련을 하는 도중엔 아이스 맨과 번번이 부딪치고, 훈련 교관들은 무모할 정도로 도전적인 매버릭의 성격을 나무라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매버릭은 바에서 만난 찰리에게 한눈에 반한다. 철벽을 치던 그녀는 알고 보니 생도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관이라 거리를 두는 게 원칙이라고 했지만, 이내 매버릭의 매력에 빠져 깊은 관계가 된다.

 

 

영화의 시작은 바다에 나타난 적군 전투기를 추격하는 장면이었다. 2대의 전투기로 아군과 적군 모두 피해 없이 끝난 추격전 이후, 군함으로 돌아가는 와중에 매버릭의 동료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전투기 모두 연료가 거의 떨어진 상황에 매버릭은 착륙을 하다 말고 다시 돌아가 동료가 무사히 군함으로 향하도록 이끈다. 이 모습에서 매버릭은 상급자의 명령보다 전우애가 우선일 정도로 의리가 있고, 자신이 위험할지라도 앞에 나서는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거침없는 성격이 매버릭의 특징이었다.

매버릭이 평범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용기를 내는 일에 큰 문제가 없었겠지만, 파일럿이었기 때문에 그의 행동에는 언제나 위험 부담이 따르기 마련이었다. 너무나 훌륭한 파일럿이지만 이런 부분 때문에 매버릭을 우려하는 상급자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첫 장면에 등장한 동료가 비행 도중 패닉에 빠지고 이후 파일럿을 그만두는 모습에서 앞으로 보여줄 이야기에 트라우마도 있다는 걸 예상할 수 있었다. 아내와 아이 사진을 보고 갑자기 그 무엇도 하지 못했던 매버릭의 동료는 사랑하는 가족 곁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어쩌나 싶은 생각이 들어 갑작스러운 공포를 느끼게 됐을 터였다. 상급자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지만, 본인은 그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없었기 때문에 그만두는 선택을 했다.

그리고 후반에 등장한 구스의 사고로 매버릭이 비슷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동료 이상으로 친했던 친구이자 그의 가족과도 잘 아는 사이였고, 같은 전투기를 타다 사고가 났기 때문에 매버릭은 도무지 이겨낼 수 없었다. 무모할 정도로 용기 있던 사람도 그런 사고를 겪으면 무너지는 게 당연했다. 소중한 이를 잃는 것보다 더 큰 상처는 없었다.

하지만 주인공 매버릭은 능력치가 만점이었기 때문에 이겨내고 자신의 자리로 다시 돌아간다. 어떻게 이겨내는지 납득시키는 과정이 없다시피 했지만 말이다.

 

심리적인 괴로움에서 이겨내는 모습과 더불어 사랑도 당연히 등장했다. 가르치는 생도와는 연애를 하지 않는다는 찰리의 원칙을 깡그리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특출난 미모와 매력을 풍기는 매버릭에게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일도 잘하고 연애도 잘하는 매버릭은 아무리 봐도 현실에 없는 캐릭터임에 분명했다.

 

 

무려 34년 전에 제작되어 올해 후속작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 영화는 당연히 안 봤지만, 여기저기서 읽고 본 게 많아서 대충의 내용은 알고 있었다. 워낙 리얼한 요즘 영화에 익숙해서 전투기를 모는 장면이 그리 실감 나진 않았지만(작은 화면으로 봐서 그럴 수도..), 당시에는 획기적인 영화가 아니었을까 싶다. 짧게 등장하는 게 아닌, 여러 차례 등장해 고공 액션을 선보였기 때문에 극장에서 봤으면 몰입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에 영화의 내용은 그렇게 인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오래전 영화라 그럴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밝고 가벼운 청춘 영화에서 깊은 의미를 찾는 것도 아닌 것 같고.

 

몸을 아끼지 않는 톰 크루즈가 돌아올 후속작에서 전투기를 직접 조종한다는 기사에 절로 기대감이 생긴다. 나이가 든 매버릭과 죽은 동료의 아들, 그리고 아이스 맨과의 재회에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영화 탑 건(Top Gun,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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