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컴플리트 언노운(Complete Unknown, 2016)

 

 

생일을 맞이한 톰은 집에서 축하 파티를 하기 위해 아내 라미나와 함께 요리를 준비해 친구들을 초대한다. 그런데 주문한 생일 케이크에 적힌 이름이 “토니”라고 되어 있어 톰은 파티를 시작하기도 전에 불쾌해졌다. 거기다 라미나의 일과 관련된 문제로 대화를 하다가 의견 충돌이 생겨 기분이 좀 상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초대된 친구들이 있었으니 어찌 됐든 파티는 해야 했다.

톰이 케이크 문제로 가게에 간 사이에 친구들이 도착했다. 그중에는 톰과 함께 일하는 클라이드도 있었는데, 그는 최근에 만나 친해진 앨리스를 데리고 왔다. 톰이 집으로 돌아와 파티를 시작하려는데 친구들 사이에서 앨리스를 발견해 클라이드가 그녀를 소개해 준다. 정중한 듯 오가는 대화 속에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느껴지고, 그 분위기는 식사 자리를 포함해 클럽으로까지 이어진다.

 

 

이하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음

영화는 앨리스의 다양한 모습으로 시작됐다. 이름은 물론이고 헤어스타일, 옷차림, 직업 모두 다른 사람이었으나 그들은 전부 앨리스였다.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앨리스는 이름까지 다르게 사용하며 서로 다른 인생을 살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앨리스가 응시하던 피아노와 노부인이 차를 몰고 나오는 어느 집을 지켜보는 장면을 통해 그곳에 그녀의 진짜 인생에 대한 단서가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립지만 이제는 되돌아갈 수 없는 인생인 듯했다.

이후 앨리스는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알아낸 클라이드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톰을 만나기 위한 목적이었다. 매력적인 앨리스에게 호감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던 터라 클라이드는 자연스레 톰의 생일 파티에 그녀를 동반했다. 톰은 앨리스의 이름을 듣자마자 의문스러운 표정을 보였고, 식사 자리에서 그녀가 이야기하는 경험담이나 쟁점에 대해 딴지를 걸었다.
식사가 끝난 후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톰과 앨리스가 단둘이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겼고 그때 두 사람의 관계가 드러났다. 15년 전, 앨리스가 진짜 이름인 제니라고 불렸던 시절에 두 사람은 아마도 친구 이상의 사이였고 부모님도 아는 듯했다. 그녀가 갑작스레 집을 떠난 후, 제니의 부모님이 톰을 찾아와 딸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달라고 애원했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듣는 앨리스는 자기 나름의 항변을 하지만 톰은 이해하질 못했다.
그러다가 자리를 옮겨 클럽에서 클라이드와 대화를 하다가 거짓말이 들통난 앨리스가 자리를 떠나고 톰이 그 뒤를 따라가면서 그녀가 어떤 인생을 살게 됐는지 직접 경험하게 된다.

사람은 한 번쯤 인생을 리셋하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는 일이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때로 돌아가고 싶기도 할 것이고, 이제 막 태어난 듯 아예 새롭게 시작하면 어떨까 상상해본 경험도 있을지 모른다. 앨리스는 제니라고 불리던 시절의 자신의 인생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고, 막상 집에서 나와 새로운 이름과 낯선 스타일로 삶을 시작해보니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란 걸 느꼈다. 그래서 매번 다른 지역, 다른 나라에서 다른 이름으로 여러 일을 하며 살았다. 평범한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감히 도전할 수 없는 과감한 결정이고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내 삶이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해서 현재 가진 것들을 모두 버리고 떠나 새롭게 시작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진 게 아무리 없어도 그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톰은 그녀의 말을 듣고서도 이해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연한 상황에 앨리스의 거짓말에 어쩌다 동조하게 되면서 톰은 앨리스가 만들어준 그 잠깐의 인생에 몰입하게 됐다. 그런 모습을 보며 톰 역시 자신의 현재 삶에 그리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집을 떠나야 되는 아내 라미나의 일, 자신이 여태껏 해온 직업 등 할 수만 있다면 그 역시 새롭게 시작해 자신이 만들어나가고 싶은 인생을 찾아 떠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만큼 새로운 삶이 매력적으로 느껴진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톰은 함께 가겠느냐고 묻는 앨리스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음으로써 의사를 표현했다. 대신 앨리스가 그를 만나고 싶어서 찾아왔던 지금처럼 언제 어디서 문득 자신의 진짜 존재를 확인하고 싶을 때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거라는 위안을 줬다. 톰의 그 말은 아내 라미나와의 관계가 지금과는 달라진다는 걸 의미했는데, 그건 영화 초반에 예견된 것이었다. 반면에 앨리스에겐 든든한 나무 같은 말이었기에 그녀는 다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다.

 

 

제목조차 생소한 이 영화는 네이버 시리즈온에 무료 영화로 올라와 있어서 알게 됐다. 연기를 진짜 잘하는 마이클 섀넌과 아름다운 레이첼 와이즈가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그래서 궁금해져 보기 시작했는데, 보는 동안에는 대체 무슨 말을 하고픈 건지 감을 잡을 수 없었으나 글을 쓰며 생각을 하니까 좀 정리가 됐다. 그런 면에서 보면 영화의 설정이 특이한데 전달 방식이 깔끔하거나 인상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출연한 배우들이 좋아서 끝까지 봤고, 러닝타임이 짧은 편이라 금세 볼 수 있었다.

마이클 섀넌과 레이첼 와이즈의 이름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만으로는 왠지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니 생각보다 괜찮은 조합이었다. 마이클 섀넌의 진중한 이미지와 레이첼 와이즈의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참 좋았다. 마지막에 두 사람이 담백하게 끝을 낸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Complete Unknown,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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