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침입자(intruder, 2019)

6개월 전 뺑소니 사고로 아내를 잃은 서진은 25년 전 놀이동산에서 잃어버린 동생 유진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는다. 복지관이 연결해 준 유진을 만난 서진은 이런 일을 많이 겪었었는지 유전자 검사 먼저 하자고 말하는데, 형제 사이가 맞다는 결과를 받는다. 그 이후로 유진은 부모님의 집에 들어와 살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딸 노릇을 제법 잘 해나간다.

하지만 서진은 아무래도 유진이 뭔가 미심쩍다. 다정하고 살가운 행동 뒤에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서진은 집에서 일해주시는 이모님께 유진을 눈여겨봐달라고 부탁한다.

영화 초반 장면에서 알 수 있었던 사실은 서진의 가족 두 명이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동생 유진은 어렸을 때 놀이동산에서 서진이 손을 놓는 바람에 잃어버리고 말았고, 아내 수정은 서진에게 걸어오다가 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실종과 사망이라는 가족의 상실을 서진은 바로 가까이에서 두 번이나 겪은 셈이었다. 그래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딸이 느끼는 상실감에 서진에겐 죄책감이 더해졌다. 그 이유 때문에 서진은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동생을 찾았다는 연락을 무시하지 않았고, 아내를 죽게 만든 뺑소니범을 찾기 위해 정신과 의사 친구에게 주기적으로 최면 치료를 받았다.

뺑소니범을 찾는 일에는 진전이 없었으나, 무려 25년 만에 잃어버린 동생을 찾은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 결과도 일치하고 가족들에게 웃음이 많아져 밝은 분위기를 풍겼음에도 꺼림칙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직감일 뿐이었다. 그 직감은 가족들의 변화로 감지했다. 낯을 가리는 딸 예나가 갑자기 나타난 고모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나중엔 먹지 않는 파프리카를 맛있게 먹으며 더 달라고 말했다. 걸을 수 없어서 휠체어 신세를 졌던 어머니는 유진이 집에 데려온 물리치료사에게 도움을 받으며 걷는 연습을 시작했다.
확실히 이상하다는 걸 느낀 결정적 계기는 그런 사람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 이모님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었다. 유진과 함께 나갔다 온 바로 그날에 이모님이 사라졌으니 그녀에게 뭔가 있다고 여기는 게 당연했다.

이하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음

처음엔 서진이 보고 느끼는 것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시선을 따라 영화가 진행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진을 향한 감정에 동화되어 그녀를 의심했다. 그녀로 인해 바뀐 가족들과 집안 분위기, 집에 들인 낯선 이들 모두 의심의 빌미를 제공한 요인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서진은 믿을 수 없는 화자(話者)가 됐다. 영화 초반에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건 별로 신경 쓰지 않았으나, 유진을 향한 의심에 맹목적으로 집착하면서 광기 어린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로는 볼 수 없는 것을 보기도 했기 때문에 서진에 대한 신뢰도는 점점 바닥을 향해 갔다.
그렇다고 유진이 의심스럽지 않은 건 아니었다. 등장했을 때부터 뭔가 있다는 낌새를 풀풀 풍기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숨기는 비밀이 있을 거라 짐작했고, 그와는 별개로 서진 또한 믿지 못한 것이었다.

등장인물 중에 믿을 사람이 없다는 부분 외에 서진의 아내의 사고가 영화 중간중간 언급되었는데, 동생을 찾은 것과 뺑소니 사건이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었다. 두 가지 사건이 서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자주 언급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의 개연성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받아들일 수 없는 쪽이었다. 유진의 배후에 있는 “그것”은 사람들에게만이 아니라 때로 사회적으로 굉장한 파급력이 있고 어딘가에서는 그것 때문에 사람을 죽이기도 해서 시국에 딱 맞는 설정이긴 했지만, 이 영화에 담기에는 너무 과하지 않았나 싶다. 적당한 선이었다면 납득했을 텐데 너무 멀리 갔다.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을 보며 영화 내에서는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해도 보는 내내 저게 가능한 일인가 싶은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들어갈 수 없는 곳에 너무나 쉽게 들어가거나, 사람들을 속여넘기는 모습이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차라리 최면술사였다면 더 쉽게 납득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유진이 숨겼던 비밀에 대한 부분은 마음에 들진 않지만, 가족 간의 믿음에 관한 메시지는 확실했다고 본다. 알 거 다 아는 나이처럼 보였던 딸 예나에게 서진이 한 거짓말이나 어머니가 여태껏 입 밖에 꺼내지 않았던 말이 서진을 향했을 때, 그리고 수정이 남편 서진에게 비밀로 했던 그것을 통해 진심 혹은 진실이 없으면 아무리 가족일지라도 서로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가족의 토대를 받치는 굳건한 신뢰가 없었기 때문에 유진이 그 모든 일을 쉽게 해낼 수 있었다.


원래는 이 영화를 볼 생각이 없었는데 이번 주까지 써야 하는 무료 예매권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보게 됐다. 영화를 안 보려고 했던 이유는 <기억의 밤>을 재미있게 본 사람은 괜찮게 볼 거라는 리뷰를 읽었기 때문이었다. 언급한 영화가 내겐 별로였던 터라 다른 영화를 보려고 했는데 상영관이 없어서 그냥 보게 된 셈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중반까지는 나름 나쁘지 않았는데 그 이후로는 영 별로였다.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왜”와 “어떻게”가 자꾸 떠올라 뒤로 갈수록 점점 더 아쉬워졌다. 그리고 초반부터 비밀이 밝혀지기 전까지 맥거핀이 계속 등장해 낚시라는 게 뻔히 보이기도 했다.

김무열 배우는 왠지 이런 비슷한 느낌의 영화에 많이 출연한 것 같다. 한국 영화를 잘 안 보는 편인데도 익숙한 걸 보면 이미지가 굳어진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송지효 배우는 오래 출연한 예능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제법 서늘한 연기를 보여줬다. 눈을 번뜩이며 표정이 변할 때마다 섬뜩했다. 웃는 얼굴에도 기분 나쁜 구석을 풍겨서 캐릭터를 잘 표현했다고 본다.

 

영화 침입자(intruder,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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