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칠드런 오브 맨(Children Of Men, 2006)

 

2027년. 세계 모든 인류는 임신 기능을 상실해 새로운 아기가 태어나지 않은 지 벌써 18년이나 됐다. 18년 전 인류의 마지막으로 태어난 아이였던 소년이 살해당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자, 사람들은 더욱 큰 절망에 빠진다. 카페에서 그 뉴스를 본 테오는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죽은 소년이 망나니였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가 회의적인 사람이라 그럴 수도 있었다.

 

그런 테오를 20년 전 헤어진 줄리안이 납치한다. 저항단체의 리더인 그녀는 불법체류자 소녀 키를 해안 근처까지 데려다줘야 한다며 높으신 분과 인맥이 있는 테오에게 부탁을 했다. 과거에 같은 꿈을 꾸었고, 한때 둘 사이에 어린 아들도 있었던 깊은 관계를 외면하기 어려웠던 테오는 자신이 키와 동행하는 조건으로 줄리안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인류의 문제는 더 이상 아기가 태어나지 않는다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은 무정부주의가 되었고, 불법 이민자들이 판을 쳐 폭력이 만연했다. 유일하게 군대가 남아있는 영국만이 상황을 통제하고는 있었지만, 감당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불법체류자들을 억압해 게토 혹은 수용소를 따로 마련해두어도 그들은 어떻게든 벗어나 테러를 일삼으며 죄 없는 많은 사람들을 고통받게 만들었다.

이 부분에서 과거 사회운동가였던 테오가 체념하게 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아무리 노력해도 사회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느꼈기에 그는 회의적인 사람이 됐다. 테오의 나이 많은 친구 재스퍼는 조금 다르긴 했지만 비슷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없는 산속에 숨어 아픈 아내를 보살피는 재스퍼가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은 그가 재배한 마약을 사는 공무원, 경찰 등이 있기 때문이었다. 정부가 존재한다고는 하지만 내부에 부패한 사람들이 있는 한 허수아비 집단이나 다름없어서 사람들은 그들을 믿지 않으며 자신의 이익과 안전만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었다.

 

줄리안은 이들과는 달랐다. 테오와 낳은 아들의 사망으로 감정적인 의견 충돌이 생겼고, 그로 인해 두 사람이 헤어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었다. 테오는 어린 아들조차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과 상관없는 타인을 위해 무언가를 할 의지가 없어져 버렸을 것이고, 그에 반해 줄리안은 그럴수록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뜻이 갈라지긴 했어도 두 사람은 크건 작건 인류에 대한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졌다. 겉으로 보기에 회의적이긴 하지만 테오는 마음이 동하면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기에 줄리안은 유일하게 그를 믿었고 키에게도 그걸 강조했다. 선구자 줄리안이 신뢰한 파수꾼 테오였던 셈이다.

 

갑작스러운 재회에서 시작된 알 수 없는 여정은 키가 임신해 거의 만삭에 가깝다는 사실을 테오가 알게 된 이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키가 아기를 가졌다는 건 현재 인류에게 있어 너무나 기적 같은 일이었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보지 않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테오는 키와 미리엄을 데리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초반 설명한 영화의 배경을 통해 존엄성이 그 무엇보다 귀하고 가치 있다는 걸 세계 모든 사람이 알고 있음에도 그걸 발판으로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려고 하는 집단의 행태가 구차해 보였다. 그러면서 곧 태어날 생명을 손에 넣기 위해 사람들을 죽이는 게 모순적이었다. 평범하다고 말할 수 없는 시대였기에 그들의 모습이 더욱 이기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기적과 같은 임신, 아기를 이용만 하려는 집단보다 인간 본연의 선량함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다. 테오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인 재스퍼는 있는 그대로의 기적을 받아들이는 사람이라 잠시나마 안식처가 되어줬고, 말이 통하지 않는 불법체류자 마리카는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애를 쓰며 마지막까지 테오와 키를 배웅했다. 그리고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인 모든 총성이 멈추고 모세의 기적처럼 사람들이 갈라지는 모습은 18년 만에 새로 태어난 아기에 대한 숭고하고 경이로운 감정과 더불어 인류에 대한 희망까지 느껴졌다.

 

우리가 사는 현실에는 악한 사람이 존재하고 영화 속 세계에는 그런 사람들이 더욱 많았지만, 인류가 가지는 보편적인 가치는 언제나 마음을 움직여 선을 행하도록 만들었다. 비록 길을 터주는 것뿐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2006년에 제작되어 2016년에 국내 개봉한 영화를 올해가 되어서야 봤다. 수작으로 유명하고 여러 매체에서 많이 다뤘기 때문에 내용의 대부분과 롱테이크라는 촬영 특징, 결말까지 알고 본 영화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주는 감동은 가슴 뭉클하고 벅차오르게 만들었다. 인류 최고의 가치라고 할 수 있는 존엄성을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순수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영화를 보면서 왠지 코맥 매카시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더 로드>가 떠오르기도 했다. 회색빛 묵시록적인 세계에서 절망으로 나아가다가 마지막이 되어서야 희망을 느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가상의 미래지만 결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는 말할 수 없는 세계이기 때문에 이 영화가 더욱 마음에 깊이 와닿는다.

영화 칠드런 오브 맨(Children Of Men,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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