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Zoe, 2018)

 

연애 성공률을 예측하는 연구소에서는 일련의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통해 커플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확률을 계산한다. 연구소의 주요 개발자인 콜은 이혼 경험 때문인지 언제까지나 자신만을 사랑해 줄 인공지능 로봇을 만드는 일도 함께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약도 개발 중이다.

 

연구소에서 일하는 조는 행복한 연애를 하기 위해 그곳을 찾은 커플들에게 숫자가 정확하다는 말을 하며 그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주었다. 연인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던 조는 문득 관심이 생긴 콜과의 연애 성공률이 궁금해져 테스트를 받게 된다. 여러 질문에 대한 신중한 답변이 끝난 후, 아무도 몰래 자신과 콜을 매치시켜 얻은 결과는 0%였다. 완전히 상반된 성향을 가진 그와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에 실망하지만, 그녀는 콜에 대한 호감을 없던 감정으로 여길 수 없다.

 

조가 콜과의 연애 성공 확률을 알아보는 장면이 등장하기 전에 이미 두 사람이 전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와인을 마시며 음식을 데워먹는 콜과는 달리 조는 텅 빈 냉장고에 남은 음식을 봐도 구미가 당기지 않는 듯했다. 그녀는 이내 밖으로 나가 사람 많은 바에서 홀로 술을 즐겼다. 밤이 지나 아침이 되었을 때 조는 꼼꼼하게 머리를 빗고 그날 입을 옷을 결정하던 반면, 콜은 전날 놔둔 그릇을 치우며 손에 잡히는 대로 입고 출근을 했다.

누군가에게 호감이 생길 때 생활방식이나 습관을 염두에 두고 마음을 기울이지 않는 게 당연했다. 그저 그 사람의 사소한 행동이나 서로 주고받는 대화, 느낌을 통해서 좋은 감정이 생겨난다. 생활습관 같은 것들은 서로 깊은 관계가 되고 나서야 염두에 둘 문제였기 때문에 이제 막 호감 단계에서는 그리 중요치 않았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것에서부터 두 사람은 완전히 달랐기에 그들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조가 콜에 대한 호감을 스스로 인정하게 됐을 때, 콜이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 애쉬는 조에게 호감을 품는다. 콜이 여러 사람의 기억과 감정을 기반으로 만들어낸 인공지능 로봇 애쉬는 외형으로만 보면 사람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사람처럼 대화하고, 맡은 일을 수행하는 업무 역시도 잘 해냈다. 거기다 프로그래밍 된 게 아닌, 스스로의 감정을 느끼고 호감을 표현하며 상대방도 자신을 사랑해 주길 바라는 모습은 콜이 원했던 바로 그 형태의 로봇이었다.

 

이후, 콜에게 연애 성공률에 대해 말하는 조는 그에게서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여태껏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자신 역시 콜이 만들어낸 인공지능 로봇이라는 사실이었다. 자신에겐 과거의 기억과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이 아닐 거라고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조는 충격을 받지만, 이제 와서 달라지는 건 없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조금 씁쓸하긴 했어도 그녀는 자신의 생활을 바꾸지 않았고 콜에 대한 감정 역시 변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를 보는 콜은 너무나 사람 같은 그녀에게 서서히 빠지게 됐고, 둘은 서로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한다.

그렇게 행복하기만 한 두 사람을 보며 변화를 느낀 애쉬는 조에게 본질적으로 변할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일깨웠다.

 

 

이하 결말 스포일러 및 개인적인 생각을 포함하고 있음

 

자신이 만든 인공지능 로봇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콜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던 이유는 조가 사람과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는 감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눈을 들여다보면 그녀가 만들어낸 존재라는 걸 알 수 있었어도 그 안에 담긴 사랑의 감정은 깊이가 있었고 오로지 콜을 향하고 있었다. 아내와 이혼 후에 일에만 매달린 듯 보였던 콜이었기에 변치 않는 감정으로 지켜가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그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비록 설계된 로봇이라고 할지라도 조가 콜에게 가지는 감정만큼은 오로지 그녀 스스로가 만들어낸 진짜라고 믿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역시 동요하게 된다.

 

하지만 어렵게 인정한 감정에 변수는 당연히 존재했다. 애쉬가 조에게 언질을 주었던 것과 같은, 넘을 수 없는 선이 갑자기 그들 사이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 선은 두 사람을 갈라놓는 것이 되고 만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인식하고는 있었으나 사랑하는 동안에는 잊고 있던 그것으로 인해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 깨달아가는 과정을 보여줬다.

같은 종족인 사람 사이의 사랑이 언제나 한결같지만은 않았다. 그런 사랑도 존재할 수는 있지만, 콜과 그의 전 부인처럼 변해서 끊어지는 관계가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다른 누군가와 성적인 관계를 맺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좋았던 순간의 감정을 느끼려고 일회성의 관계만 이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면의 외로움이 채워지기는커녕 더욱 공허해져만 가는 게 당연했다.

 

인공지능 로봇과 사랑에 빠질 수 있냐는 질문에서 시작된 관계는 사랑할 때 필요한 것들에 대해 말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하긴 하지만, 그게 서로를 향했을 때 더욱 가치를 발했다. 교류하는 감정, 함께 했던 경험과 추억이라는 부차적인 요소가 사랑을 더욱 촘촘하게 엮어 타인들과는 다른 둘만의 관계에 깊이 빠지게 만들었다. 사랑을 기반으로 함께 공유한 그 모든 것들이 두 사람의 관계에 영향을 줬다. 그렇기 때문에 헤어지고 난 뒤 괴로움을 느끼는 것일 터였다.

 

조와 콜이 평범한 사람들처럼 사랑하고 헤어지고, 서로를 그리워하다가 진실한 사랑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모습을 보면서 누군가에겐 사랑에 빠지는 대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피부색, 성별과는 상관없이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대로,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인정하는 게 무엇보다 우선이었다.

 

 

이완 맥그리거와 레아 세이두가 나오는 이 영화는 공개된 줄거리를 통해 조가 인공지능 로봇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보게 됐다. 그 사실을 몰랐던 조에게는 중요했을지도 모르지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 부분에 포인트가 맞춰진 게 아니었기 때문에 이후 등장한 장면과 감정에 집중해서 봤다.

정말 좋은 영화인 <그녀>와 비교하곤 하던데,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사랑의 감정과 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영화의 감독이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니콜라스 홀트 주연의 <이퀄스>를 연출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평범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사랑에 대해 말하는 아이디어가 독특했고, 그걸 시각적으로 잘 표현해낸 것 같다.

영화 초반부터 취향에 맞는 음악이 등장해 러닝타임 내내 귀를 즐겁게 했다. 그리고 이름만 봐서는 왠지 안 어울릴 것 같았던 레아 세이두와 이완 맥그리거가 제법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어서 무난하게 감상한 영화였다.

영화 조(Zoe,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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