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업(Up, 2009)

 

어릴 때부터 모험가가 되기를 꿈꿨던 칼은 이제 나이 든 노인이 되었다. 아내 엘리와 결혼했을 때부터 살던 집에서 그녀를 떠나보낸 뒤에도 혼자 살아가는 그는 요즘 주변 때문에 정신이 없다. 칼의 집 주변의 땅이 온통 재개발 중이었기 때문이다. 건설사 측은 칼의 땅을 사려고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주겠다고 했지만, 그는 엘리와의 추억이 깃든 집을 떠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래서 칼은 고립된 집에서 그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런 칼을 탐험가 소년 러셀이 찾아온다. 목표를 달성하고 받을 수 있는 배지를 수집하는 소년 대원 러셀에게 없는 유일한 배지가 노인을 도와주고 얻을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막무가내 러셀이 도통 가지 않을 것 같아서 칼은 거짓 임무를 줘서 돌려보낸다.

 

하지만 어떤 사건이 일어나 강제로 양로원에 가야 했던 칼은 집을 떠날 수 없어서 밤새 엄청난 양의 풍선을 불어 매달아 엘리와 함께 떠나기로 했던 파라다이스 폭포로 향한다.

 

 

칼이 모험가가 되려고 한 이유는 어릴 적 극장에서 본 탐험가 찰스 먼츠의 뉴스 때문이었다. 남아메리카 오지에 있는 파라다이스 폭포에 비행선을 타고 다녀온 그의 모습이 너무나도 멋져 보여서 어린 소년은 자연히 그런 꿈을 꾸게 됐다.

그리고 때마침 만난 또래 소녀 엘리 역시 그와 같은 꿈을 꾸고 있었기에 두 사람은 가까워지고 나중엔 결혼까지 한다. 어릴 때 만나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한 두 사람은 언제나 행복하게 살았지만, 때로는 감당할 수 없는 슬픈 시련이 닥쳐오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깊은 사랑 덕분에 슬픔을 이겨낼 수 있었고, 어릴 때 함께 꿈꾸던 모험을 실천하는 방향으로 인생의 목표를 정한다.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혼자 남은 칼이 평생 사랑한 소울메이트 엘리와의 추억이 깃든 집을 떠날 수 없는 건 당연했다. 이제는 돈 따위보다 추억이 더 소중할 나이라 그러기도 했다. 그래서 요양원에 갈 수 없다는 마음과 엘리가 그토록 꿈꾸던 모험을 이제라도 실현하기 위해 집과 함께 떠나게 된다.

홀로 하는 여행이라 생각한 칼 앞에 나타난 불청객 러셀로 인해 깜짝 놀라게 되지만, 어린 소년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남아메리카 파라다이스 폭포 근처에 도착한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거대하고 알록달록한 새를 케빈이라 부르며 키우자고 조르는 러셀과 짖는 소리를 사람 말로 번역하는 기계를 찬 개 더그가 나타나 정신 없어진 칼은 원래 목표에서 점점 멀어져만 간다. 거기다 모험을 떠나 돌아오지 않았던 찰스 먼츠를 만나 반가워하는 것도 잠시, 그가 목적을 이루고자 칼 일행을 뒤쫓게 되어 지긋한 나이에 추격전까지 하게 된다.

 

어른의 삶이란 것은 안타깝게도 꿈을 위해서만 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생활에 필요해서,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서, 그리고 나중엔 나이가 들어 이제는 모험 같은 걸 할 수 없게 된다. 꿈이 있어도 이루지 못하는 모습이 너무나 현실적이라 안타깝고 먹먹해졌다. 그리고 엘리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혼자 남은 칼이 쓸쓸해 보여서 눈물이 났다. 반려의 빈자리는 칼을 고독하게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를 예민한 사람으로 만들기도 했다. 도움의 손길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 사건으로 이제 더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떠나는 모습이 용기 있다고 느껴졌다. 절대 불가능하지만 영화라서 가능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는 칼은 되는 것보다 안 되고, 못 하는 게 더 많을 나이라 가능할 때, 할 수 있을 때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했다. 나이가 들었다고 피하는 것보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자신의 인생을 살고, 이제라도 꿈을 이루고자 하는 모습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어떤 면에서는 엘리의 글처럼 인생 그 자체가 하나의 모험이기도 했다. 실제 목표였던 모험은 떠나지 못했을지라도 엘리와 칼이 함께하는 모든 순간과 그들의 인생은 두 사람만의 모험이었다.

 

칼의 모험에 러셀은 갑작스러운 불청객이었고 때로는 고집을 부려서 힘들게 했지만, 어린아이만이 가질 수 있는 삶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지금 마음이 끌리는 대로 실천하는 행동에서 칼이 좋은 영향을 받은 거라 느껴졌다. 할아버지와 소년의 콤비가 잘 어우러져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이 있었고, 추격전이 펼쳐지고 나중엔 나이를 뛰어넘는 우정 어린 친구 사이가 되는 모습이 참 따뜻해서 좋았다.

여기에 마치 길들여진 새처럼 행동했던 케빈과 사람 말을 하는 더그의 캐릭터까지 더해져 다채로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찰스가 키우던 개들 역시 종의 특징을 잘 잡아서 웃음을 줬다.

 

이 영화는 개봉한 당시에 극장에서 봤고 영화 채널에서 해주면 띄엄띄엄 봤었는데, 문득 처음부터 제대로 다시 보고 싶어서 감상했다. 당시엔 그냥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이구나, 하고 봤었지만 좀 더 나이가 들어 보고 있으니 왜 자꾸 눈물이 나던지 모르겠다. 초반에 울고 중간에 웃다가 다시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고 말았다. 해피엔딩인데도 엔딩크레딧에 등장하는 화면을 보니 또 뭉클해지기도 했다. 인생과 꿈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내용에 이렇게 공감이 되는 건 처음 봤을 때보다 더 나이가 들어 그런 것 같다.

 

픽사 애니메이션은 어른들의 마음을 쓰다듬어주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언제나 믿고 본다.

영화 업(Up,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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