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엠히어(#Iamhere, 2019)

 

 

프랑스의 작은 마을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스테판은 매일매일이 똑같은 날의 연속이라 특별할 게 하나도 없는데, 왠지 별로 좋은 날들이 아닌 것 같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레스토랑에서 열심히 일을 하는데 웹페이지에는 안 좋은 반응만 올라온다. 스테판의 레스토랑에서 이제 막 결혼한 큰아들 루도는 놀랄만한 모습을 보여주고, 둘째 데이빗에게 물어보니 알고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심지어 이혼한 아내까지도 알고 있다고 한다. 막 살갑지는 않아도 그래도 가족인데 자신만 아무것도 모른다는 느낌에 소외된 기분이 든다.

그런 스테판에게 위로가 되는 존재는 인스타그램에서 만난 수였다. 멀리 한국에 사는 그녀와 매일 메시지로 대화를 나누고 서로 좋아하는 것들을 말하며 공감대를 쌓아나간다. 그녀가 그린 그림까지 구매해 레스토랑에 걸어두기도 했다. 자신을 이해해 주는 유일한 존재인 수가 한국의 벚꽃에 대해 말하며 함께 보면 좋겠다는 글을 남기자 스테판은 그 길로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

 

 

스테판은 이혼 후에 혼자 살며 레스토랑에만 매달리고 있었다. 그의 레스토랑은 자연친화적이라 경치가 정말 좋았지만 근처에는 산과 들 뿐이라 무언가를 하려면 차를 타고 나가야만 했고, 만나는 사람이라고는 레스토랑 직원들 아니면 손님들뿐이었다. 뭔가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스테판은 남들이 그러듯 SNS를 시작한 것 같았다. 안타깝게도 작은 마을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나이가 지긋한 노인의 SNS를 주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스테판에게 수는 중요한 사람이었다. 만나본 적도 없는 상대에게 진심으로 대하고 있다는 걸 스테판은 느낄 수 있었다.
스테판을 보며 노인의 삶이 이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하느라 가족에게 신경을 써주지 못해 이제는 당연하게 소외되어버린 아버지의 모습 같았다. 여유가 생긴 지금에야 가족들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자신에게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지만 거리감을 단번에 좁히기엔 무리였다. 그래서 자신에게 신경을 써주고 관심을 기울여주는 수와의 관계가 특별한 것이었다.

그래서 수를 만나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 공항에서 만날 약속까지 잡았는데, 그녀는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질 않았고 SNS는 물론이고 메시지마저 확인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스테판의 인천공항 삼시세끼가 시작되었다. 공항 어디를 돌아다니든 사진을 찍어 올리며 여기에 있다는 해시태그와 함께 수의 아이디를 남겨두었다. 처음엔 막막하게 기다리고만 있던 스테판은 어느새 적응해서 스튜어디스와 공항 직원, 식당 직원 등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며 돈독한 정을 쌓아갔다. 고향에서는 받아본 적 없던 관심을 머나먼 한국에 와서야 받게 되어 기분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수가 나타나지 않아 초조한 표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스테판이 정말 막막하겠다 싶었고 안타깝게 느껴졌는데, 우여곡절 끝에 수와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보며 조금 짜증이 났다. 벚꽃을 함께 보면 좋겠다는 말로 스테판이 서울로 오게 만들고, 공항에서 만나기로 약속까지 했으면서 나타나지 않아 놓고 괜히 스테판에게 눈치가 없다고 핀잔을 줬다. 내가 예의상 하는 말을 싫어해서 되도록이면 안 하려고 하는 편이라 그런지 수가 좋게 보이질 않았다. 스테판의 마음을 먼저 흔들어놓고 이게 무슨 짓인가 싶었다. 너무 예의가 없어 보여서 캐릭터 자체가 마음에 안 들었다.

스테판과 수의 만남은 예상치 못한 큰 에피소드로 번져 공항 전체를 들썩이게 만들고 프랑스까지 그 소식이 닿게 만들었는데, 덕분에 스테판은 자신과 가족 등 소중한 게 뭔지 깨닫는 계기가 됐다. 수에게 소중한 존재가 있는 걸 보고, 자신에게도 두 아들과 전 부인이 소중하다는 걸 느낀다. 곁에 있을 땐 몰랐지만 멀리 떨어져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며칠 동안 홀로 지내다 보니 새삼 느끼게 됐다. 자신만 그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게 아니라 그들 역시 자신을 걱정하고 또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프랑스의 한적한 마을을 보여주며 시작한 영화는 평화로운 자연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지게 만들었다. 인공적이고 높디높은 건물로 둘러싸인 도시가 아닌 넓고 푸른 자연의 탁 트인 풍경이 정말 좋았다. 영화 초반까지 자연친화적인 스테판의 생활을 보여주다가 번쩍거리는 인천공항으로 배경이 바뀌면서 그것 역시 뭔가 새롭게 느껴졌다. 인천공항의 최첨단 시설, 스크린으로 만나는 서울과 랜드마크들을 향한 다채로운 시선이 신선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처음엔 퉁명스러운데 나중엔 은근히 챙겨주는 모습을 보며 어떻게 이렇게 잘 알고 있는 건지 신기했다.

영화는 배두나 배우와 프랑스 배우인 알랭 샤바가 주연으로 올라와 있지만, 사실 배두나 배우는 특별출연에 가까웠다. 스테판을 통해 언급이 많이 되긴 했으나 출연 분량은 그리 많지 않았기에 영화는 알랭 샤바가 이끌었다고 볼 수 있었다. 희끗희끗한 머리칼에 나이가 지긋한 어른인데도 캐릭터 자체가 좀 귀여웠다. 어떤 면에서는 열정적이기도 하고 순수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공항에서 노숙도 하고 추격전도 벌이느라 고생이 많으셨을 것 같다.

포스터나 예고편으로 예상했던 영화와는 달랐지만 가볍게 보기엔 괜찮았다.

영화 #아이엠히어(#Iamhere,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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