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파이 지니어스(Spies in Disguise, 2019)

 

동료들 사이에서도 스타로 통할 만큼 인기가 있고 능력 있는 스파이 랜스는 언제나 혼자 일하는 게 편하다. 작전 중에 위기에 빠져 본부에서 팀을 보내준다고 해도 거절하고선 혼자 해결하려고 한다. 아무리 많은 악당이 랜스 앞을 가로막아도 능력 있는 그는 어떻게든 상황을 벗어난다.
하지만 이번에도 성공한 줄 알았던 랜스의 작전이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렀다. 불법 무기 거래 현장에서 적들을 따돌리고 물건을 무사히 가지고 나온 줄 알았지만 무기는 온데간데없었고, 랜스와 꼭 닮은 자가 무기를 빼돌린 믿지 못할 영상 때문에 졸지에 동료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누명을 써서 곤란해진 랜스는 직전에 만난 괴짜 무기 발명가 월터를 찾아가 신체를 안 보이게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투명 인간처럼 사라질 줄 알았던 그 기술은 랜스를 비둘기로 바꿔놓고 만다.

무기를 개발하는 어린 월터의 모습으로 시작된 영화는 천재 소년의 가능성만을 보여준 게 아니었다. 경찰인 엄마를 위해 월터가 발명한 무기는 누군가를 해치는 목적으로 만든 게 아니었다. 빤짝이를 날리며 무해한 공격을 하고, 귀여운 고양이를 보면 나쁜 마음이 누그러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어린아이의 순수함에서 비롯된 결과물이었다. 월터는 악당, 나쁜 사람을 공격하는 것만이 최선이 아니라는 걸 굳게 믿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슬픈 일을 겪은 후에도 그런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
반면에 랜스는 공격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월터가 개발한 무기를 다른 용도로 착각하고 사용한 랜스는 본부에 도착했을 때 그를 찾아가 꾸짖었다. 월터가 보여주는 무기들도 어린애 장난감으로 취급하며 급기야는 그를 해고하기까지 했다.
나쁜 악당들을 직접 대면하는 스파이와 무기를 개발하는 연구실 직원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 의견 차이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랜스와 월터는 완전히 다른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그래서 부딪칠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의 관계는 랜스가 누명을 쓰고 동료들에게 쫓기는 바람에 어쩔 수없이 도움을 요청하게 되면서 조금씩 변해간다. 무조건 혼자 움직이는 게 편한 엘리트 스파이 랜스는 비둘기의 몸으로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서 월터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계속해서 직면한다. 비둘기 랜스의 곁을 따라다니는 월터는 폭력적인 것은 안 된다고 고집하는데, 장난감 같던 그의 무기들이 의외로 상황을 모면하고 목숨을 구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그렇게 업무적으로만 협력하는 관계가 아닌 개인적 사연을 통해 월터가 왜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인지까지 이해하게 되면서 두 사람은 진정한 파트너가 되어갔다.

영화는 랜스와 월터의 종(種)을 뛰어넘는 브로맨스뿐만 아니라 그들을 돕거나 쫓는 캐릭터들을 통해 재미있는 장면을 많이 만들어냈다. 랜스를 쫓는 마시와 그녀의 팀 동료들은 뻔한 것 같으면서도 소소한 재미를 줬다. 악당 킬리언도 비슷한 정도의 재미였다.
주인공 외에 코믹 비중이 높았던 캐릭터는 월터가 키우는 비둘기 러비와 킬리언을 찾는 과정에서 만난 비둘기들이었다. 우리가 아는 비둘기답지 않게 예쁜 러비는 랜스에게 푹 빠져 저돌적으로 들이댔고, 이름이 있던 두 비둘기들은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으면서도 의외로 도움을 주기도 했다. 비둘기의 특징을 잘 나타낸, 약간 멍청한 행동으로 웃음을 줬고, 예상외로 의리가 있는 모습도 보여주며 캐릭터의 재미를 톡톡히 뽑아냈다.(멍청한 비둘기 하나는 <모아나>의 멍청한 닭이 떠오른다.)

영화의 또 다른 재미는 한국인들에게 특히 남다를 몇몇 장면이었다. 우리나라 문화가 영화에 담겨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는데도 막상 보니까 반가웠다. 아이돌의 노래를 거의 안 듣는데 워낙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서 귀에 익은 곡이 등장했다. 그런가 하면 한국어가 생생하게 들리는 드라마 장면은 어찌나 웃겼는지 모르겠다. 두 번째로 등장한 장면은 더욱 재미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목소리 연기를 한 윌 스미스와 톰 홀랜드가 맡은 캐릭터에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두 배우가 원래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캐릭터화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만큼 캐릭터와 배우, 목소리 연기까지 정말 찰떡이라고 할 수 있었다.

새가 된 스파이라는 설정에서 예상할 수 있는 장면들이 등장하지만, 때로는 예상외의 웃음 포인트를 곳곳에 심어놔서 즐겁게 볼 수 있었던 영화였다. 애니메이션에서만 가능한 재미들이 있었기에 가볍고 즐겁게 봤다. 그리고 상황에 잘 어울리는 음악들이 곳곳에서 흥겨움을 줘서 좋았다.

영화 하나로만 끝내기에는 매력적인 요소가 많아서 속편이 나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스파이 지니어스(Spies in Disguise,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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