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텝포드 와이프(The Stepford Wives, 2004)

방송국에서 전설이라 불리는 국장 조애나는 기획하는 프로그램마다 큰 성공을 거두며 유명해졌고 덕분에 그녀는 여성들이 선망하는 대상이 된다. 어느 날, 그녀가 기획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남자가 조애나의 프로그램 때문에 인생이 망가졌다며 총을 쏘며 난동을 부리고, 함께 출연했던 사람들에게 심각한 상해를 입힌 사건이 일어난다. 방송국에서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하면서 책임자인 조애나를 해고한다. 방송일에 모든 걸 쏟아부은 조애나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그 무엇도 하지 못하고 망연자실한 나날을 보낸다. 조애나가 걱정이 된 남편 월터는 다 잊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자며 코네티컷에 있는 “스텝포드”에 이사를 가자고 한다.

경비가 상주하는 입구를 지나 도착한 마을은 굉장히 넓었고 보기 좋게 잘 꾸며져 있었다. 마을이라기보다는 훨씬 더 넓은 개념의 주거 단지였다. 집들은 모두 깨끗하고 넓었고 그곳에 사는 부부들은 친절했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이사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애나는 이상한 점을 느낀다. 그곳에 사는 여자들은 모두 주부였는데, 하나같이 화사한 원피스에 높은 구두, 막 미용실에서 나온 듯한 머리에 화려한 화장으로 꾸미고 돌아다녔다. 조애나처럼 편한 복장에 막 일어난 얼굴로 돌아다니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마치 완벽한 아내를 연기하고 있는 것 같은 그들이 왠지 기괴하게 느껴진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경비가 지키고 있는 걸 보며 굉장히 폐쇄적인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외부에는 절대 알려지지 않을 것만 같은 비밀스러움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죄다 복사해놓은 듯한 주부들의 모습은 누군가가 인형놀이라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들의 외형만 아름답게 꾸며진 것이 아니라 화목한 가정의 아내, 엄마는 이래야 한다는 구시대적인 표본을 보여주고 있었다. 온갖 디저트를 만들어 서로 나눠먹고 북클럽에서는 요리책을 읽는 등 그녀들에게 한 사람으로서의 주체적인 자아가 없이 가정 내에서 주어진 역할을 위해서만 살고 있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 방송국의 중요 책임자로 일했던 조애나가 이들에게 쉽게 적응할 수 없는 건 당연했다. 그래서 그녀는 마을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여성 작가 바비, 게이 파트너와 살고 있는 로저와 친해진다. 바비는 냉소적이면서 직설적인 성격이었고, 모두가 깔끔하고 화사하게 꾸며놓은 집과 달리 신작 때문에 바빠서 집을 치우지 못한 걸 신경 쓰지 않았다. 다른 여자들처럼 남편에게 고분고분하게 행동하지 않으며 해야 할 말은 반드시 했다. 마치 스텝포드가 평등함을 강조하기 위해 입주를 허락한 듯한 게이 커플의 로저는 그곳에 사는 남자들과 달리 화려한 옷을 좋아하며 조애나보다 더 패션에 신경을 썼다. 유머러스하며 재치가 넘쳐서 조애나와 바비는 그와 곧잘 어울리게 된다.
하지만 그들 세 사람은 스텝포드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가정의 아내, 남편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이하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음

스텝포드가 가부장적인 남성 중심의 사회라는 건 시작부터 알 수 있었다. 남들에게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트로피 와이프만 존재한다는 게 그 증거였는데, 의문스러운 점은 어떻게 그곳의 모든 여자들이 그렇게 됐느냐는 것이었다. 그 비밀은 “스텝포드 남성 협회”에 있었다. 남자들만 출입이 가능한 그곳에서 무슨 짓들을 벌이는지는 그 누구도 몰랐다. 그래서 비밀이 밝혀졌을 때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싶어 당황스러웠다. 아내를 한 사람의 인격체로 대하는 게 아닌 대상화해야 하는 객체로만 여겼다. 아내를 제 입맛에 맞는 여자로 만들어버린 끔찍하고 잔인한 방식이었다. 그럴 거면 뭐 하러 결혼은 했나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그런데 이 협회에 소속된 마을 모든 남자들의 생각이 다 똑같았는지 조애나와 마음이 잘 맞던 바비와 로저까지 이전과 완전히 달라지고 만다. 심지어 조애나를 그토록 아껴주던 월터 또한 협회에 동화되고 있었다.

마을에서 마음이 잘 맞았던 두 사람은 물론이고 남편까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기에 조애나는 궁지에 몰리게 된다. 이 무시무시한 마을에서 벗어날 방법 또한 없었다. 그래서 결국 다른 아내들이 바뀐 것처럼 조애나도 완벽하게 아름다운 아내가 되지만, 또 다른 내막이 밝혀지면서 놀라게 했다. 그 사람의 정체에 놀랐고, 마을을 이렇게 만든 이유 역시 놀라웠다.
자신의 가정이 이상적이지 않았던 이유를 다른 데서 찾았던 한 사람의 착각이 이 모든 무시무시한 일을 벌였다. 남편에게 순종적인 아내이자 주부가 되면 가정은 화목하고 그 어떤 사건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한 것부터가 잘못됐다. 가정에 문제가 일어나는 건 사람의 문제일 뿐이었다. 바람을 피울 사람은 어떤 사람과 살든지 상관없이 결국은 바람을 피우게 되어있다. 아무리 예쁘고 순종적인 아내가 있더라도 말이다.

자신의 가정이 불행하다는 그 하나의 이유로 많은 사람들을 속여 스텝포드에 살게 한 여자가 정말 무서웠다. 같은 여자면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니콜 키드먼이 출연한 2004년 작 <스텝포드 와이프>는 1972년에 출판된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1975년에 제작된 동명 영화의 리메이크라고 한다. 오로지 니콜 키드먼이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보게 된 것인데, 보는 동안 왠지 모를 예스러움이 느껴졌다. 배경은 현대지만 현대가 아닌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이 밝혀지는 걸 보며 저게 가능한가 싶은 의문도 조금은 들었다. 왠지 말이 안 되는 것 같은 부분이 있어서인 것 같다.

마지막에 느낀 건 세상에 완벽한 가정은 없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늘 행복하고 좋은 시간만 있는 건 아니다. 서로 부족한 면을 채워주고 이해해 주면서 맞춰나가는 게 부부가 아닐까 싶다.(부부관계는 그 누구도 알 수 없긴 하지만..)

남편과 아내의 관계에 대해 말하는 페미니즘 영화로 괜찮았다.

 

영화 스텝포드 와이프(The Stepford Wives,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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