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노우맨(The Snowman , 2017)

노르웨이 오슬로.
눈이 내리는 날마다 여자들이 사라졌다 살해된 채 발견된다. 모두 기혼이었고 자녀가 있었다. 사건을 수사하면서 가장 먼저 피해자의 남편이 1차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그들의 혐의를 좀처럼 찾을 수 없고, 심지어는 출장을 가느라 다른 도시에 있기도 해서 범인을 찾는 일은 어렵기만 하다. 단서라고 할만한 것은 피해자의 집 근처에서 눈사람이 발견됐다는 것뿐이었다. 오슬로 강력반의 형사 해리가 사건을 맡고 이제 막 베르겐에서 오슬로로 온 카트리네가 그에게 배속된다.

약물 중독자 해리는 카트리네와 사건을 수사하면서 그녀가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예감이 든다. 그리고 헤어진 연인 라켈과 그녀의 아들 올레그, 라켈의 새 연인 마티아스 사이에서 불편함을 느낀다.

요 네스뵈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제작이 될 거라는 기사를 접했을 무렵에 궁금하긴 했었다. 마이클 패스벤더를 포함해 레베카 퍼거슨, J.K. 시몬스, 샤를로뜨 갱스부르, 발 킬머 등이 출연 목록을 채웠다. 워낙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이라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렛 미 인>과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연출한 토마스 알프레드슨이 감독을 맡는다는 점도 괜찮을 것 같았다. 감독의 유명세에 한몫한 두 영화가 모두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개봉 당시 상영관이 전국에 딱 한 곳, 압구정 CGV에서만 상영됐었던 걸로 기억한다. 시간대도 별로 좋지 않아서 갈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결국 나중에 보자 싶어서 VOD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는데, 평이 엄청나게 안 좋아서 여태까지 안 보고 있다가 이제야 봤다. 그 사이에 원작을 한 번 더 읽어서 내용을 대부분 기억하고 있는 상태에서 본 것이었다.

그런데 보는 내내 이게 무슨 내용인가 싶었을 정도로 흐름이 뚝뚝 끊겼다.
해리와 라켈은 헤어졌지만 왜 완전히 끝내지 못한 상태인지 설명될 수 없는 건 그럭저럭 이해할 수 있었다. <스노우맨>이 해리 홀레 시리즈의 일곱 번째 소설이기 때문에 이전에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 굳이 이 영화에까지 끌고 올 필요는 없었다. 그저 이렇게라도 간결하게 보여주기만 해도 나쁘지는 않았다고 너그럽게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부분은 망쳐놨다고 할 정도였다. 영화 초반 등장한 아이, 현재 시점에 등장한 의사, 언론인, 마지막에 밝혀진 진짜 범인과 피해자의 연관성을 원작을 읽어서 알고 있었지만, 그들이 왜 한데 묶이는지 설명해 주지 않았다. 추측을 할 수 있긴 하지만(할 수 있나?) 그건 너무 불친절했다. 그리고 범인을 잡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마지막 장면도 글로 쓰인 원작에서의 그 조마조마한 순간과는 달리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내용을 알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거기다 과거 라프토 형사의 사연까지 등장시켰다가 제대로 마무리를 하지 않고 끝내버려서 정말 난잡하기 그지없었다.
이럴 거면 굳이 원작을 따를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여러 사람의 관계, 과거에서 현재까지 이어져온 사연을 조금 잘라내 각색하는 게 훨씬 나았을 텐데 다 넣으려고 한 건 욕심이었다. 영화가 이렇게 나온 것은 감독의 문제가 아니라 각본 자체에 문제가 너무나도 컸다.

그냥 범죄 영화가 보고 싶은데 마땅히 떠오르는 작품이 없어서 시간 때울 겸 본 영화였다. 워낙 혹평이었기 때문에 기대감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그저 배우들 연기만 보면 되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너무 엉망진창이라 보는 내내 짜증이 나다가 나중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게 최선이었는지 각본가들에게 묻고 싶을 정도였다. 이 정도면 소설을 대충 훑어봤거나 아니면 어디서 요약본을 읽고 각본을 쓴 수준이었다. 이래놓고 마지막엔 소설 <스노우맨>의 후속 시리즈인 <레오파드>의 사건이 등장해서 어이가 없었다. 성공하면 속편을 만들 계획이었던 것 같은데 김칫국을 아주 제대로 마셨나 보다.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너무 아깝다. 마이클 패스벤더의 깊이 있는 연기는 후루룩 뚝딱 말아먹는 각본에 묻혀버렸고, 레베카 퍼거슨의 캐릭터 또한 원작과는 다르게 소모되어버렸다. J.K. 시몬스와 발 킬머는 굳이 이 배역을 맡을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존재감이 너무나 없었다. 그리고 올레그 역할을 맡은 소년의 연기는 참 아쉽기만 했다.

그동안 소설 원작의 영화를 참 많이 봤지만, 이 영화가 단연코 최악이다.

영화 스노우맨(The Snowman ,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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