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울(Soul, 2020)

 

 

중학교에서 밴드부 임시 교사로 일하는 조는 교장으로부터 정식 교사가 될 거라는 말을 듣지만, 영 기쁘지 않다. 조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은 재즈 밴드였기 때문이다. 정식 교사 제안을 받아들이라는 엄마의 압박으로 얼떨결에 대답을 하긴 했어도 마음은 다른 데에 가 있다.
그러던 중, 오래전에 가르친 제자에게서 유명한 재즈 뮤지션 도로테아 윌리엄스의 공연에 피아노 반주를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는다. 형식상의 오디션을 본 조는 깐깐한 도로테아를 만족시켜 그날 저녁에 바로 무대에 오르기로 한다. 신이 난 조는 친구에게 재즈 공연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전화로 자랑을 하다가 그만 맨홀에 빠지고 만다.

깨어난 조는 자신의 몸이 이상한 형체를 띠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는데, 이내 “머나먼 저세상”이라는 무시무시한 곳으로 들어갈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다. 꿈에 그리던 재즈 공연 무대에 오를 날이라 죽고 싶지 않았던 조는 발버둥을 치다가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진다. 그곳에서 조는 문제 영혼 22의 멘토가 된다.

 

 

세상엔 조와 같은 어른들이 많을 것이다. 어렸을 때 자신이 좋아하는 게 뭔지 깨닫고, 그게 꿈으로 이어져 관련된 공부를 하고 졸업 후에 사회에 발을 디디게 되지만 꿈을 직업으로 가진 어른은 거의 드물었다. 낙타는 바늘구멍을 통과하기가 너무나 힘이 들고, 하늘이 내린 기회 같은 건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것이라 대부분의 어른들은 꿈과는 상관없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조가 그나마 나아 보였던 건 그래도 밴드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재즈 밴드와 중학생 밴드 사이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긴 했지만 말이다. 거기다 정식 교사 제안까지 받았으니 조의 앞날은 탄탄대로라 기뻐해도 됐겠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마음속에는 아직까지 재즈 밴드라는 꿈이 너무나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 있던 조가 천금같은 기회를 얻고 손에 꽉 붙잡아 이제 꿈을 실현시킬 새로운 인생의 첫 발을 내디디려는 찰나, 죽은 건지 아닌지 애매모호한 상태에서 죽은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빨려 들어갈 위기에 처한다. 재능이 있는 사람에게 온 기회였기에 보고 있는 나조차도 너무나 아까웠다. 그래서 조의 심정이나 돌아가고자 하는 발버둥이 이해가 됐다.
그러다 다행히 새로운 세상에 떨어지는데, 그곳은 태어나기 전의 영혼들이 각각의 성격과 재능 등을 부여받는 곳이었다. 관리자인 제리들이 당황스러워하는 조를 다른 누군가로 착각해 멘토 임무를 주는데, 조가 맡은 멘티는 지구에서 태어나고 싶지 않아 “태어나기 전 세상”에 아주 오랫동안 머문 22였다. 그는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억 단위의 숫자가 넘어가는 영혼들이 멘티 교육을 받을 동안 22라는 숫자로 살며 그곳을 떠나지 않았고, 그의 멘토로는 링컨을 포함해 마더 테레사, 간디, 코페르니쿠스, 마리 앙투아네트 등이 있었으나 두 손 두 발을 다 들고 포기했을 정도로 문제적 영혼이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22가 그곳에 머무르려고 하는 게 왠지 조금은 이해가 됐다. 지구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것보다 아무런 욕구 없이 거의 무존재에 가깝게 살아가는 것도 썩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몸이 존재하지 않으니 식욕이나 수면욕 등의 기본적인 욕구를 가질 수가 없고, 영혼이라 아프지도 않다고 했다. 세상은 너무 치열하고 나이가 들수록 삶이 쉽지 않다는 걸 깨닫고 또 깨닫는 어른이라서 그런지 존재와 무존재 사이에 있는 22가 조금은 부러웠다.

지구에서 살고자 하는 욕구가 없는 22와 꿈을 코앞에 두고 놓치게 생겨 반드시 자신의 몸이 있는 지구로 돌아가야만 했던 조는 제리들 모르게 일종의 계약을 맺고 영혼의 불꽃이 되어줄 삶의 목적을 찾아 나서게 된다. 그 과정에서 22가 왜 그렇게 오랫동안 태어날 수 없었는지 밝혀졌고, “머나먼 저세상”의 테리가 조의 부재를 알게 되면서 그를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조가 자신의 몸으로 생각보다 빨리 돌아갈 수 있게 되지만 역시나 쉽게 돌려보내 줄 리가 없었다. 조와 22의 기이한 동행이 이어지면서 여러 번 코믹한 장면을 보여줬다. 둘만 통하는 대화와 목소리, 그리고 행동 등이 웃음을 줬다.

그러다 조와 22 둘 모두 삶에 대해 깨닫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조는 꿈인 재즈 밴드만을 좇으며 주변을 둘러보지 않았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그 어떤 의미를 두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조의 가르침 덕분에 유명한 뮤지션의 밴드 드러머가 된 옛 제자가 그를 꿈에 한 발자국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리고 진짜는 아니었지만 밴드를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아이에게 속마음이 뭔지 깨닫게 하고, 오랫동안 알던 친구의 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덕분에 조는 꿈에 대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
22 같은 경우는 그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낄 수가 없어서 목적을 찾지 못해 오랫동안 영혼으로만 지냈다. 거쳐간 멘토들은 모두 마지막 불꽃을 찾아야 지구에서 태어날 수 있다며 22를 닦달했지만 딱히 무언가를 찾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조와 함께 지구에서 짧은 시간을 보낸 후, 살아서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인지 깨닫게 된다.

목적을 가지고 꿈을 좇으며 살아가는 인생만이 가치가 있는 게 아니었다.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모두는 가치 있는 인간이었다. 그걸 말하는 과정을 경이롭게, 그러면서 따뜻하고도 행복하게 그려냈다. 목적을 향해 달려가던 어른들에게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가도 괜찮다고 어깨를 두드리고, 무언가를 좇기만 하지는 않아도 괜찮다고 안아주는 그런 내용을 담고 있었다.

 

 

후반부에 영화가 담고 있는 진짜 메시지가 서서히 드러나며 깨달음을 줬을 때 울컥해져서 당연히 눈물이 났다. 픽사는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 아닌 어른들을 울리고 감동을 주는 애니메이션을 이번에도 만들어냈다. 몇 년 동안 되는 일이 없어 영화와 책으로 심적 도피를 했던 내게 큰 위로가 됐다.

원래 이 영화는 미국에서 작년 6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자꾸만 밀리고 또 밀리다가 결국 해를 넘겨 개봉했다. 개봉한 게 어디냐며 감지덕지한 마음으로 극장으로 달려가서 봤는데 역시나 픽사는 픽사였다.
영혼 캐릭터들의 모양이나 태어나기 전 영혼들의 해맑은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그리고 태어나기 전 세상이라는 상상도 못했던 공간을 정말 아기자기하게 그려냈다. 마치 솜사탕 안에 들어앉은 듯 색감이나 몽글몽글한 표현이 정말 좋았다. 주인공 조가 재즈와 깊은 관련이 있어서 그런지 음악에도 신경을 많이 쓴 듯 귀가 즐거웠다. 시각적, 청각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웠고, 물론 내용도 정말 좋았다.

어른들을 울리는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언제나 최고다.

영화 소울(Soul,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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