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셔터 아일랜드(Shutter Island, 2010)

“셔터 아일랜드”라는 고립된 섬에 있는 정신병원에서 레이첼이란 환자가 탈출한 사건이 일어난다. 배를 이용하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는 섬이라 그녀가 배에 타지 않았다는 걸 확인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레이첼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곳에 수감된 환자들은 중범죄자들이었기 때문에 연방보안관 테디와 그의 새로운 파트너 척이 셔터 아일랜드를 찾았다. 총기 반입에 엄격한 규제가 있는 입구를 지나 코리 박사의 진료실을 찾은 두 사람은 레이첼에 관해 물어본다. 레이첼이 전날 밤에 사라졌기 때문에 당시 근무했던 직원들이나 같은 환자들에게도 그녀의 행방을 묻지만 그 누구도 아는 바가 없었다. 그야말로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두통으로 고생하던 테디는 뱃멀미까지 겹쳐 컨디션이 영 좋질 않았다. 코리 박사에게 아스피린을 받아먹었는데도 상태가 나아지질 않았고, 사건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가 엄청난 폭우로 이곳을 떠나지도 못하게 되는 바람에 날카로워졌다. 그날 밤 병원 직원 숙소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된 테디는 화재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내 돌로레스의 꿈을 꾼다. 꿈에서 레이첼이 섬을 떠나지 않았다는 돌로레스의 말에 테디는 수사를 계속하기로 한다.

레이첼은 자신의 아이 셋을 집 근처 호수에서 익사시켰다. 아이들을 식탁에 앉혀놓고 밥을 먹기까지 한 그녀는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위험인물이기 때문에 셔터 아일랜드의 정신병원에 오게 된 레이첼은 이곳이 자신의 집이라고 착각을 했다. 의사나 간호사들은 근처에 사는 사람으로 여겼다. 현실과 망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증세를 가지고 있었다.

코리 박사에게 레이첼에 관해 듣기 시작하면서 테디에게도 환각 증세가 나타났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었던 테디는 수용소에서 죽은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라 괴로웠고, 죽어가는 독일 장군의 마지막 발버둥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과거 기억이 문득문득 떠오르는 것보다 죽은 아내 돌로레스가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게 그를 더욱 힘들게 했다. 돌로레스는 테디가 이 섬을 떠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듯 레이첼을 찾는 수사에 자꾸만 말을 보탰다. 거기다 아파트에 화재를 내 돌로레스를 죽게 만든 관리인 앤드루가 이곳에 있다는 말로 그를 섬에서 나갈 수 없게 만들었다.
본래의 목적은 레이첼을 찾는 것이었지만 환각으로 나타난 돌로레스의 말에 앤드루를 찾는 일까지 하게 되는데, 섬에 온 이후 줄곧 상태가 좋지 않았던 테디가 두 가지 일을 제대로 할 리가 없었다. 뭐 하나 테디의 뜻대로 되는 일이 없어 예민해지고 편집 증세가 나타나 파트너 척과도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투게 된다.

이하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음

몸 상태가 좋지 않은 테디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의사와 간호사, 직원들과 환자들 모두 테디가 원하는 답을 주지 않았다. 제대로 된 도움은 주지 않으면서 그를 섬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심지어는 척까지도 테디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그는 혼자 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레이첼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다 우연히 절벽 아래로 내려갔다가 동굴에 숨어있는 여자를 만난다. 코리 박사가 보여준 사진 속 레이첼과는 완전히 다르게 생겼지만, 스스로를 레이첼이라고 했고 환자로 입원하기 전까지 이곳 정신병원에서 일하던 의사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테디에게 병원이 숨기고 있는 뇌엽절제술에 관한 비밀을 털어놓았다.

멀쩡한 사람도 못 쓰게 만드는 수술을 하는 병원이기 때문에 자신에게도 환각 증상이 나타나도록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는 테디였다. 현실과 환각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던 그가 혼란에 빠져 부정적인 사고를 하게 되고, 그것에 부채질을 하는 낯선 이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파트너 척까지도 자신을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에 테디는 같은 의견을 가지거나 의심이 피어난 불구덩이에 또 다른 불씨를 던져주는 사람의 말에 일단 끌리는 것 같았다. 그쯤 되니 테디는 누구보다 객관성을 유지해야 할 연방보안관이기보다는 망상에 빠져 음모론을 믿는 사람처럼 보였다. 셔터 아일랜드가 테디를 미치게 만든 것 같기도 했다.

테디의 증상이 점점 심해져 이제는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은 지점이 왔을 때 비로소 진실이 밝혀졌다. 테디의 환각은 모두 진실이 반영된 것이었다. 전쟁으로 인한 PTSD가 남았었고, 돌로레스가 세 아이들을 물에 빠뜨려 죽인 사건으로 심각한 정신병이 발병됐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원하는 현실을 만들어내며 끊임없이 환각과 싸우고 있었다. 연방보안관인 자신이 아내의 죄를 다른 사람에게 뒤집어 씌운 사건을 조사하는 망상을 통해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을 계속해서 상기시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정신없는 와중에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내기는 어려워서 이름을 알파벳 순서만 바꿔서 사용하는 흔적을 남겼다. 그렇게 돌로레스라는 이름에서 레이첼이란 인물이 생겨났고, 자신은 앤드루가 아닌 에드워드(테디)가 되어 환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아이들을 아내에 의해 잃었다는 게 너무나도 큰 고통이었는지 테디는 2년 넘게 셔터 아일랜드의 정신병원에서 지내며 몇 번이고 모든 사실을 알게 되는 현실로 돌아오지만, 다시금 현실과 망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들고 말았다. 전쟁 중에 목격하고 스스로 만들어내기도 했던 죽음이 자식과 아내에게까지 이어지게 되면서 테디는 오래도록 죽음의 기억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개봉 당시 극장에서 영화를 봤었기 때문에 결말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다만 중간에 지루해서 좀 졸았는지 과정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봤는데 처음 봤을 때처럼 졸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스릴이 넘치는 타입의 영화는 아니었다는 걸 느꼈다.
대신 영화 초반부터 결말에 대한 단서를 곳곳에 심어놓은 게 보였다. 꿈속에서 만난 돌로레스가 창문 너머로 호숫가 오두막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나 물에 흠뻑 젖어있는 장면, 그리고 갑자기 복부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장면이 있었다. 그리고 테디가 전쟁 당시의 기억이 떠오르는 장면에서부터 등장한 아이의 존재 역시 중요한 단서였다.

영화를 극장에서 봤을 때도 느꼈었지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가 정말 좋았다. 처음 등장할 때 멀쩡하던 모습에서 점점 미쳐가는 것만 같은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아마 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으로 디카프리오의 얼굴이 아닌 연기를 봤던 것 같다. 물론 <길버트 그레이프>는 제외하고.
이제야 알게 된 사실은 이 영화와 <인셉션>이 같은 해에 제작, 개봉됐다는 거다. 각각의 문제가 있던 아내 때문에 고통받는 남편을 두 번이나 연기했다는 게 좀 재미있다.

이제 영화도 다시 봤으니 데니스 루헤인의 원작 소설도 읽어봐야겠다.

 

영화 셔터 아일랜드(Shutter Island,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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