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살아있다(#ALIVE, 2020)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난 준우는 그날이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인 줄로만 알았다. 가족들이 모두 나간 빈 집에서 대충 씻고 TV를 켠 그는 이상한 뉴스 속보를 보게 된다. 나라에 비상사태가 일어나 행동 요령 등을 방송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뉴스를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던 준우는 아파트 베란다 너머로 아수라장이 된 주차장을 보고 대충 상황을 파악한다. 사람이 사람을 공격하고 심지어는 물어뜯는 모습은 끔찍하고 무섭기만 했다. 본능적으로 밖에 나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집안에 먹을거리를 찾아보지만 그리 많지 않다.

버티고 또 버텨 며칠이 흐른 뒤, 이제는 도저히 못 견디겠던 준우에게 생존한 다른 누군가가 레이저 불빛을 쏜다. 맞은편 아파트에 사는 유빈이었다. 유빈의 도움으로 끼니를 해결한 준우는 아파트 안에서만 있으면 살아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그녀와 함께 탈출하고자 한다.

좀비 영화에는 불문율 같은 어떤 공식이 있는 모양이다.
좀비 바이러스라고 부를 수 있는 원인 모를 무언가는 순식간에 확산되어 도시를 온통 마비시킨다. 갑작스레 습격을 당한 사람들은 우왕좌왕하다가 좀비에게 물어뜯기고 곧 좀비화가 된다. 2000년대 초반에 개봉해 21세기 좀비 영화의 틀을 세웠다고 말할 수 있는 <28일 후>와 <새벽의 저주> 이후 좀비들은 엄청나게 빨라졌다. 좀비가 되면 죄다 신체 능력이나 운동 신경이 향상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빠른 좀비들에게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어 좀비화가 빠르게 확산된다.
다행히 생존자 혹은 주인공 캐릭터는 눈치가 빠르고 좀비보다 빠르기 때문에(?) 끝까지 도망칠 수 있고, 신체 능력 또한 웬만한 슈퍼히어로 급이라 생활 도구만으로도 좀비들을 거뜬히 해치울 수 있다.

좀비 영화는 <월드워Z>처럼 스케일이 크거나, <부산행>처럼 한정적 공간에 제약을 둔다. 영화 <#살아있다>는 아파트라는 주거 공간에 제약을 두고 시작됐다. 그 어느 곳보다 몸과 마음이 편안해야 될 공간에서 고립되어 굶주리는 것은 물론 똑똑한 좀비들이 때로 집안에까지 들어오려고 해서 이래저래 생존하는 게 힘들기만 하다. 거기다 당연히 전화, 와이파이가 모두 끊기는 바람에 가족, 친구들의 생사조차 알 수 없어 괴롭고 외로운 시간이 이어진다.

좀비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혼자만 인간이라는 외로움과 좀비에게 물려 죽으나 굶어 죽으나, 어차피 죽는 건 매한가지라는 사실이 더해져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할 때쯤 기적적으로 다른 생존자가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는 것은 엄연한 밀당이다. 이쯤 되니 유빈이 관음증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아니면 그렇게 딱 절묘한 순간에 나 여기 있소, 하며 자신을 드러낼 리 없으니 말이다.
어쨌든 유빈의 관음증(?) 덕분에 그나마 덜 외로워지고, 용기까지 충전되어 평범한 상황이었다면 절대 할 수 없었을 빈집털이에 나선다. 거기서 또 시기적으로 딱 맞아떨어지는 횡재를 잡는 건 당연한 얘기였다.(왜 다들 취미가 등산이야?)

초반부터 버티고 있던 공간에만 있으면 영화가 늘어질 테니 관객에게 스릴을 주기 위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어쨌든 주인공은 살겠지만 좀비에게 쫓기며 긴장감에 심장이 쫄깃해지는 효과를 주고, 예상 밖의 캐릭터를 만나며 저건 또 웬 또라이인가 싶은 상황까지 맞이한다.


공간만 달라졌다 뿐이지 기존에 봤던 좀비 영화들과 하등 다를 바가 없는 영화였다. 무적의 주인공은 손도끼와 골프채만 가지고 좀비들을 다 때려잡는 모습을 보여줬고, 주인공들이 살아남기 위한 최적의 장치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었다. 그 사이사이에 좀비에게 습격을 받을 뻔하는 긴장감을 주는 장면과 주인공의 인간미(+무력감)를 보여주는 장면도 당연히 있어야만 했다.(없으면 안 됨!)

이런 과정이 너무 뻔하게 이어지다 보니, 잘 놀라는 편이라 몇 번 움찔움찔하긴 했어도 내용면에서는 그다지 좋은 평을 하기 어려운 영화였다. 특히나 후반에 등장한 어떤 캐릭터는 어떻게 저걸 저렇게 할 수 있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호기롭게 시작했으나 중반 이후로는 내내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마지막엔 헛웃음마저 나왔다. 예능에 잘 출연하지 않는 유아인 배우가 여기저기 나오길래 코로나 사태로 한국 영화가 워낙 침체기라 홍보를 위해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걸 영화를 보고서야 깨달았다.
<부산행> 이후 반짝 흥행 장르로 자리 잡은 좀비 영화는 이제 그만 제작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영화 #살아있다(#ALIVE,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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