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스타트(RE-START, 2019)

로이는 똑같은 아침을 139번째 맞이하고 있다. 아침 7시만 되면 집에 쳐들어온 킬러들이 자신을 죽이려고 온갖 수를 쓴다. 칼을 들고 설치는 킬러부터 시작해서 헬기를 타고 창문 바로 앞에서 기관총을 쏴대는 킬러도 있다. 그런가 하면 차를 몰고 쫓아오는 두 명의 여자 킬러와 덩치 좋은 쌍둥이, 폭탄 전문가 등 로이가 가는 곳마다 어떻게 알고 따라와 죽이려고 든다. 매일 아침 킬러들의 똑같은 수법을 100번 넘게 당하다 보니 이제는 한발 앞서 그들을 처리할 수 있게 되지만 12시 47분이 되면 어떻게든 죽고 다시 똑같은 하루를 맞이한다.

이렇게 가다가는 영원히 이 하루를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든 로이는 타임 루프에 갇히기 바로 전날 전 부인 젬마의 연구소에 찾아갔던 기억을 떠올리며 하나씩 하나씩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간다.

로이는 그야말로 죽어야 사는 남자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타임 루프에 갇혔기 때문에 벗어날 수 있는 방법 또한 알지 못한다. 더군다나 아침 7시와 낮 12시 47분이라는 고작 몇 시간을 백몇 번씩 반복하고 있으니 뭘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저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킬러를 죽이고 또 죽이는 기술만 늘어날 뿐이었다.
영화 초반에는 로이의 상황이 어떤지 소개하고 있었기 때문에 액션이 끝내줬다. 로이는 무시무시한 칼을 휘두르는 킬러를 요리조리 피하며 커피도 마시는 등 너무나 여유로웠다. 패턴이 바뀌지 않았기에 킬러를 다른 킬러로 방패 삼아 난사하는 총알을 피할 수도 있었고, 어차피 죽어서 다시 돌아올 테니 스포츠카를 훔쳐서 도로를 신나게 달리기도 했다. 역동적인 액션이 초반의 시선을 잡아두었기에 정말 신이 났다. 액션이 진짜 좋아서 4DX로도 상영했다면 더 즐거웠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액션으로 흥미를 끈 이후에 전 부인 젬마를 찾아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데, 이 부분이 굉장히 지루했다. 그래서인지 중간중간 졸고 말았는데, 연구실에서 일하는 젬마와 나누던 대화가 하필이면 로이의 반복되는 하루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걸 중반 이후에 인지하게 됐다. 왠지 중요한 것 같은 “오시리스의 스핀들”이 언급되어 뭔가 싶어 당황했지만, 다행히도 오가는 대화를 통해 대충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래도 중요한 걸 놓치니 마지막까지 영 찜찜하긴 했다.

로이가 젬마와의 대화를 통해 이 시간에 갇힌 이유를 대충 알게 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러다 자꾸만 반복되어 200회가 넘어가다 보니 마치 게임의 엔딩을 맞이하듯 미처 몰랐던 새로운 설정이 그를 덮쳤다.
그 과정까지 겪고 나자 로이는 자신에게 중요한 게 뭔지 그제서야 깨닫게 됐다. 여기서부터는 영화의 톤이 상당히 달라졌다.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분위기로 바뀌어서 당황스러웠다. 한국 영화도 아니고 액션 영화에서 굳이 그런 전개로 이끌어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안 그러면 총 쏘고 추격전을 벌인 것 외에 내용이 너무 없어서 그랬나 싶기도 하다.

아무튼 그렇게 흘러가다가 어찌저찌 해결 방법을 찾고 다시 액션 장르로 돌아와 다양하게 싸우며 반복되는 하루를 보여줬다. 그런데 또다시 당황스럽게도 결말의 끝맺음이 확실하지 않았다. 다양한 해석이 나오도록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도 아니고 액션 영화인데 결말을 흐지부지 끝내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감독이 <나쁜 녀석들: 포에버>의 각본을 썼다는 걸 알게 되자, 이 영화의 결말이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뒷심이 좀 많이 부족한 감독인 것 같다.

마블 시리즈에서 크로스 본즈로 캡틴의 뒤통수를 친 프랭크 그릴로가 역할을 잘 소화한 덕분에 그나마 나쁘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상남자 스타일의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이었다. 멋진 액션을 보여줬고 때론 웃기기도 했는데, 프랭크 그릴로와 깊은 관련이 있는 영화의 명대사 장면이 제일 웃겼다.
악당 역할의 멜 깁슨은 최근엔 연출을 더 많이 해서 그런가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오미 왓츠도 반가웠고, 양자경은 분량이 많지 않고 그리 인상적인 캐릭터도 아니라서 왜 출연한 건지 좀 의문이다.

타임 루프는 이제 영화 소재로 빈번하게 사용되어 신선하진 않지만, 그래도 아이디어가 좋다면 재미있게 활용할 수 있는 것 같다. 이 영화 역시 초반엔 시원시원한 액션이 주를 이뤄서 흥미진진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누가 묻는다면 굳이 극장에서 안 봐도 된다고 말할 것 같은 영화다.


영화 리스타트(RE-START,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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