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디바(Diva, 2020)

아름다운 외모에 실력까지 뛰어난 다이빙 선수 이영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성격 또한 너무나 좋아서 후배들에게 인기가 많고, 어렸을 때부터 친구인 수진의 연습을 도우며 잘 챙겨주기도 한다. 요즘 들어 기록이 나오지 않아 은퇴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수진을 위해 함께 팀을 이뤄 출전하는 다이빙 종목에도 나가겠다고 자처할 만큼 수진을 아꼈다.

실력이 차이가 나서 잘 안될 것 같았던 연습을 그런대로 성공적으로 마친 이영과 수진은 늦은 밤 함께 드라이브를 나갔다가 사고가 나서 차가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구조되어 얼마 동안 의식이 없다가 깨어난 이영은 수진이 실종됐다는 사실을 듣고 괴로워한다. 몸도 다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 정신적으로도 힘든 상황이었지만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영은 훈련에 복귀한다. 다이빙대 위에 올라 아래로 뛰어내린 이영은 순간적으로 수진의 환영을 보고 놀라 연습을 망치고 만다.

이영이 다이빙을 처음 시작했던 어린 시절에 수진은 이미 다이빙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어린 선수였다. 다이빙대에 올라갔지만 두려움에 뛰어내리지 못하는 이영을 본 수진은 도와주겠다며 먼저 말을 걸었다. 수진 덕분에 이영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선수로 활동할 수 있었고 두 사람은 선의의 경쟁자이면서 가까운 친구 사이가 된다.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같은 종목으로 경쟁하는 관계라 대놓고 드러내진 않아도 어느 정도는 시기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시기는 자신보다 뛰어나거나 가진 게 많은 사람을 향해 생기는 감정이기 때문에 유명세를 떨치는 이영에게 수진이 내심 질투심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회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는 이영을 보며 아무 말 없이 돌아서는 수진의 뒷모습에서 그런 감정이 조금은 있는 듯했다. 하지만 이영이 워낙 친한 친구이고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수진은 나쁜 감정은 드러내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좋은 친구를 시기하는 못난 사람은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기도 했다.

이영과 수진의 실력 차이로 인해 서로에게 말하지 못하는 마음속 응어리가 있긴 했어도 두 사람은 잘 지냈는데, 은퇴 이야기까지 나왔을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았던 수진이 갑자기 뛰어난 기량을 보이면서 주변에서 이런저런 말이 흘러나왔다. 주혜령이라는 선배가 약물 복용으로 도핑에 걸려 자살한 사건을 이야기하며 죽은 그녀를 만나면 실력이 좋아진다는 소문이 선수들 사이에서 돌았는데 수진이 만났을 거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이영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치부했지만 뭔가 꺼림칙한 게 남았고, 사고 이후 실종됐다는 수진의 섬뜩한 환영을 자꾸만 마주하게 되면서 친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려고 했다. 그리고 사고가 났을 당시의 기억이 없는 이영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마침내 기억하게 된다.

이하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음

이영과 수진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경쟁심이나 시기 같은 감정은 꽤나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았다. 어렸을 때는 실력이 뛰어났던 수진을 이영이 질투했을 테고, 성인이 되어서는 그 관계가 뒤바뀌었다. 사고가 난 이후 이영이 과거 어릴 때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그 사실을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이영은 곧 경기에 나가야 하는 수진에게 엄마가 위독하시다는 연락이 왔다는 말을 했다. 수진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경기도 중요하지만 하나뿐인 엄마의 마지막을 볼 수 있는 순간도 중요하긴 했다. 하지만 이영의 행동이 왠지 순수하게만 보이지 않았다. 그 말을 듣고도 출전했다가 사고가 나서 실격 처리된 수진 대신 이영이 1등을 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나 싶었다.
그때부터 수진은 다이빙대 위에 서면 사고 기억이 떠올라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줄 수 없었고, 반대로 이영은 수진을 꺾은 뒤에 날개라도 단 듯 승승장구했다. 수진은 이영 때문에 사고가 나서 자신이 이렇게 됐다고 내심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영은 당시에 자신이 한 행동은 친구를 위한 것이었다고 치부했다. 겉으로는 좋은 친구처럼 보이지만 한 꺼풀 벗겨보니 서로를 정말 순수하게 진심으로 대하는 관계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수진은 이영을 이기기 위해 주혜령을 만났다. 처음엔 진짜로 귀신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약물을 했다는 뜻이었다. 수진이 물해파리와 문어해파리를 사온 곳이 바로 약물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그 장면에서 수진이 이영에게 화려한 문어해파리를 닮았다고 하는 말은 언뜻 칭찬으로 들릴지도 몰랐지만, 왠지 실속이 없다는 뜻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이영의 속내를 다 알고 있다는 말 같기도 했다. 이후 문어해파리와 물해파리가 같은 수조에서 공생할 수 없는 관계라는 게 밝혀진 이후에는 수진의 진심을 알 수 있었다. 다이빙이라는 수조에 물해파리인 수진과 문어해파리인 이영은 절대로 같이 있어선 안 된다는 뜻이었고, 여차하면 이영을 죽일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수진의 이런 마음을 이영이 몰랐을 리 없었다. 어렸을 때 이미 수진을 밟고 올라선 경험이 있기 때문에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겉으로는 도움을 주는 친구이자 선의의 경쟁자로 행동했지만, 속으로는 자신을 뛰어넘는다면 언제든 끌어내려 내팽개칠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고 당시의 기억이 없다는 말을 하며 진짜로 잊은 듯 행동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영의 비밀을 알게 된 코치와 폭주하는 그녀를 말리는 에이전시 대표의 입을 막아버리고, 갑자기 실력을 주목받는 후배를 추락시켜버렸다.
자신이 최고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이영이었다. 원래는 수진의 것이었을 자리를 빼앗아 차지해 오랫동안 지켜냈지만, 사고 이후 이영의 추악한 발버둥이 드러난 셈이었다. “다이빙계의 디바”라는 왕좌를 위해 오랜 친구는 물론 자기 자신까지 버린 사람이었다.

요즘 극장에 가는 걸 자제하고 있는데, 이 영화만큼은 궁금해서 얼른 보고 싶었다. 예고편 분위기가 좋아서 흥미로웠고, 영화 소재로 본 적 없는 다이빙 선수가 주인공이라 호기심이 생겼다.
주인공의 직업 덕분인지 다이빙을 하는 장면이 정말 많이 등장하고, 수영장을 포함해 사고로 추락하는 바다까지 어마어마한 양의 물도 자주 나왔다. 물에 대한 공포가 있지는 않지만 썩 좋아한다고는 볼 수 없어서 그런지 거대한 수영장 속에 한 사람이 헤엄치는 장면을 여러 번 보며 왠지 모르게 무서워졌다. 그리고 다이빙을 하는 장면에서는 더 큰 스크린이었다면 고소공포증 같은 느낌도 받을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아쉽게도 작은 상영관에서 본 터라 앞쪽에 앉은 걸로 만족해야만 했다.

이빙 선수와 친구, 경쟁 등이 소재로 사용된 이 영화를 보며 여러 리뷰에서 언급되듯 나 역시도 <블랙 스완>이 떠올랐다.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발레리나와 다이빙 선수의 모습이 많이 닮아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은 한참 못 미쳤다. 비슷하게 흉내 낸 것 같아서 아쉬웠고, 이영이 현실과 환영, 환각을 구분하지 못해 혼란스러운 장면은 다소 정신이 없었다.

신 신민아 배우의 연기만큼은 훌륭했다고 칭찬하고 싶다. 출연한 영화를 마지막으로 본 건 2014년에 개봉한 <경주>이고, 드라마는 보다가 그만둔 거 외에는 기억나는 게 없다. 그래서인지 내게는 그저 동안 외모의 예쁜 배우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 영화에서의 연기를 보고 이렇게나 잘했나 싶어 깜짝 놀랐다. 처음엔 내가 알고 있는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시작해 점점 혼란에 빠져 미쳐가는 연기를 아주 훌륭하게 해냈다. 특히 후반에 정말 미친 사람처럼 웃는 걸 보며 소름이 돋기도 했다.

결국 이 영화는 신민아 배우에게 큰 빚을 지고 있었다. 흥행을 한다면 신민아 배우 덕분이라고 말해도 좋을 그런 영화였다.

 

영화 디바(Diva,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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