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터닝(The Turning, 2020)

 

입주 교사 제안을 받은 케이트는 단번에 마음을 정해 짐을 싸서 떠난다. 부모를 잃은 7살 플로라가 가정부와 둘이 살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부모가 없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던 그녀였기에 어린 소녀를 위한 결정을 한 것이었다.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자신이 일할 집을 찾은 케이트는 웅장함에 감탄한다. 차를 타고 한참을 들어가야 나오는 저택은 고풍스러운 멋이 있었다. 가정부 그로스 부인의 안내로 플로라를 만난 케이트는 밝은 아이의 모습에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밤에 잠이 들려는 순간 어딘가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온다. 분명 그로스 부인과 플로라 둘만 살고 있다고 한 집인데 누군가가 싸우는 음성과 함께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두운 밤에 겁도 없이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향한 케이트는 기숙학교에서 쫓겨난 플로라의 오빠 마일스를 마주친다. 그리고 그 후부터 케이트는 밤마다 잠이 들지 못한다.

 

 

케이트의 엄마는 정신병원 같은 곳에서 살고 있었다. 딸의 방문에도 그림만 그리며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케이트가 하는 말은 귀담아듣지 않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케이트에게 남은 사람은 엄마뿐이었지만, 아마도 그녀가 어릴 때부터 엄마가 이런 상태였기 때문에 부모가 없는 플로라를 이해한다는 말을 한 것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런 동질감에서 비롯된 선의가 케이트를 먼 곳으로 향하게 했다.

 

플로라를 만나기 전, 케이트는 집 바로 앞에서 사고로 부모를 잃고 그걸 눈앞에서 목격했다는 아이를 걱정했다. 더군다나 그녀 이전에 일했던 가정교사 제슬이 갑자기 도망쳐버렸다는 사실 또한 우려했다. 그러나 직접 만난 플로라는 예상했던 것보다 밝고 살가웠다. 케이트에게 마구간과 집 안팎을 안내해 주며 재잘재잘 떠드는 평범한 아이의 모습을 보였다. 다만 제슬 선생이 인사도 하지 않고 가버린 것이 마음에 남아있었는지 케이트에게 떠날 때 인사를 해줘야 한다는 당부를 받아냈다.

플로라와는 달리 마일스와는 첫 만남부터 좋지 않았다. 한밤중에 갑자기 나타나 놀라게 한 것을 시작으로 학교에서 왜 쫓겨났는지 교장의 전화를 통해 알게 되기도 했고, 사사건건 여러 이유로 케이트와 부딪쳤다. 집에서 일하는 그로스 부인이 플로라와 마일스의 혈통이나 특권에 대해 운운하며 애지중지 감싸고도는 경향 때문인지 마일스는 케이트에게 특히 버릇없이 굴었다.

 

이런 와중에 집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사건에 대한 진실에 근접한 케이트는 트라우마로 집 밖으로 절대 나가지 못하는 플로라를 어떻게든 데리고 나가기 위해 애를 쓴다.

 

 

이하 결말 스포일러 및 개인적인 생각을 포함하고 있음

 

처음엔 등장했을 때부터 미심쩍었던 마일스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다분히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며 반항스러운 면이 있었고, 집에서 말을 돌보는 일을 하며 마일스와 가까웠다던 퀸트의 죽음이 아직 어린 그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리라 예상됐다. 그 후로는 몽유병이 있다는 플로라가 의심스러웠다. 평범한 어린아이 같은 겉모습에 때로 속을 알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며 케이트가 혼란에 빠졌을 때 마침 나타났기 때문에 뭔가가 있을 거라 생각되는 게 당연했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의 문제를 그로스 부인이 모두 알고도 묵인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진실은 그게 아니었다. 수없이 언급된 두 이름에 비밀이 숨어있었다. 초자연적인 현상과 적나라한 악의가 케이트의 눈앞에서 어떤 사고를 일으키자, 그녀는 본분에 충실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여태까지 당한 게 있긴 했지만 그녀는 선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 아이들을 우선하는 선택을 한다. 그 과정까지가 너무나 예상 가능한 것으로 이어져서 결말은 뻔하겠거니 했다.

 

하지만 그 이후 상황은 갑자기 바뀌어 진짜 진실을 보여줬다. 영화 초반 등장한 케이트의 엄마와 혈통에 대해 운운했던 그로스 부인, 그리고 우편물을 받았을 때 언급하고 지나간 단어가 하나로 이어졌다. 그 설정들이 괜히 등장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영화가 흘러가는 동안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연결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말까지 가는 과정이 술래잡기하는 것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으며 질질 끌기만 했기 때문이었다. 진실을 찾고자 하는 케이트와 더불어 관객까지 낚아서 괴롭히다가 마지막에서야 보여준 반전은 모든 걸 해소하는 게 아닌 말을 하다가 만 것으로 끝이 났다. 이런 결말을 다른 영화에서도 이미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김이 샌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사의 회전>이라는 원작 소설이 따로 있다는 걸 인지하고 봐서 그런지 생략된 부분이 상당히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을 내내 했다. 뭔가 매끄럽지 않고 뚝뚝 끊긴다는 느낌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캐릭터들의 감정 역시 설명이 부족한 것 같아 이해하기 어려웠다.

 

 

익숙한 배우들이 세 명이나 출연해 보고 싶게 만들었다. 최근 블록버스터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맥켄지 데이비스와 영화 <그것>에서 매력쟁이 리치로 출연한 핀 울프하드,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무니로 나를 울린 브루클린 프린스가 한 영화에 나온다니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원작이 따로 있다는 것도 매력을 느낄만한 부분이었다.

영화는 기대했던 것보다 굉장히 아쉬웠지만, 출연한 배우들은 캐릭터에 잘 어울렸다. 맥켄지 데이비스는 처음엔 뽀샤시하고 고운 금발을 자랑하던 케이트가 푸석푸석해지는 모습을 잘 보여줬다. 브루클린 프린스는 해맑은 아이의 모습에서 순식간에 싸늘해지는 표정이 인상에 남았다. 그리고 핀 울프하드는 냉소적이면서 묘하게 불편하고 불쾌하게 만드는 연기를 잘 소화해냈다. 공포 장르에 굉장히 잘 어울리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이 있고 분위기 자체가 스산해서 초반엔 몰입이 되었지만, 결국 이 영화는 배우들의 매력만 확인한 것 같다.

영화 더 터닝(The Turning,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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