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스퀘어(The Square, 2017)

 

스톡홀름 미술관의 수석 큐레이터 크리스티안은 “더 스퀘어”라는 새로운 전시 때문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신없는 출근길에 어떤 여자를 위협하는 남자를 얼떨결에 막아서서 돕게 된 그는 사건이 마무리되어 다시 발걸음을 옮기다 핸드폰과 지갑이 도난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플을 통해 핸드폰이 어디에서 이동을 멈췄는지 알게 된 크리스티안은 부하 직원의 제안으로 해당 건물 우편함 전부에 자신의 지갑과 핸드폰을 돌려달라는 편지를 남긴다.

 

그 사건으로 크리스티안은 자신의 물건을 돌려받게 됐지만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됐고, 중요한 프로젝트인 “더 스퀘어”는 홍보대행사의 기막힌 영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영화의 시작은 아마 숙취로 곯아떨어진 크리스티안이 정신을 차리고 미술관 대표로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었다. 기자는 여러 질문을 하다가 홈페이지에 있는 글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크리스티안에게 설명을 해달라는 말을 했다. 어려운 말로 써 놓은 글을 이해하기 쉽도록 예를 들어서 설명하는 크리스티안은 친절했지만, 그의 표정이나 눈빛에서 예술적 이해도가 낮은 기자에 대한 은근한 멸시가 담겨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크리스티안이 직업적인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는 있었지만, 이후 잃어버린 지갑과 핸드폰을 찾는 과정에서 권위적인 모습을 통해 그의 위선을 느낄 수 있었다. 집집마다 편지를 남기는 아이디어를 실행할 때, 크리스티안은 그 일을 당연히 부하 직원이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업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개인적인 일이라 완강한 부하 직원의 거부에 마음이 상했지만 이해심이 많은 척하며 상사로서의 의문을 제기했다. 개인적인 일에 공적인 일을 끌어들여 반협박을 하고 있던 셈이었다. 너그러운 사람인 양 말하는 모습이 가식적이었다.

 

크리스티안의 위선적인 모습은 영화 초반 등장한 기자와 잠자리를 가진 이후에 벌어진 에피소드와 편지 사건의 오해로 부모에게 혼난 남자아이가 찾아왔을 때도 각기 다른 면모로 드러났다. 선한 척, 매너 있는 척, 너그러운 척하는 행동들 이면에 진심을 숨기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위선은 크리스티안뿐만 아니라 예술적 소양이 있는 척하며 미술관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도 당연히 존재했다.

 

 

이하 결말 스포일러 및 개인적인 생각을 포함하고 있음

 

예술계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과 예술에 빠져있는(혹은 빠진 척하는) 사람들 중심에 크리스티안이 있었다. 크리스티안이 겪는 사건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도 종종 등장해 교양 있는 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게 그렇게 웃길 수 없었다.

영화를 상영할 때 GV를 하듯, 미술관에서 사람들을 모아놓고 작가와의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자칭 투렛증후군이라는 남자의 온갖 비속어를 듣고 하는 반응이 위선적이었다. 투렛증후군이 맞는지 아닌지 확실히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의심스러운데, 그렇다고 병이 있다고 하는 사람을 몰아세우면 안 된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말을 하지는 않아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뻔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후반에 영장류 흉내를 내는 예술가의 퍼포먼스에 깊은 뜻이 담겨있다고 생각하며 가만히 앉아있던 사람들의 반응 역시 웃기기만 했다.

 

영장류 흉내를 내는 예술가 장면과 “더 스퀘어” 홍보 영상에 관련하여 보이는 사람들의 반응은 자유로운 예술을 존중하지만 어느 정도의 선은 지켜야 한다는 억압을 엿볼 수 있었다.

처음엔 예술가의 행동에 무슨 의미가 담긴 건지도 모르고 하하호호 웃으면서 보다가 도를 넘어 폭력적, 선정적으로 변하면서 사람들은 그제서야 모두가 달려들어 예술가를 향한 알 수 없는 폭력을 쏟아냈다. 어떤 영화에 대해 예술이냐 외설이냐를 가르는 모호한 선이 존재하듯, 행위 예술에도 자유로운 표현 아래 억압이 존재했다. 그리고 홍보 영상은 처음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제작된 것이라 목적을 달성하긴 했다. 하지만 가짜 영상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그 안에 담긴 폭력성 때문에 항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크리스티안은 책임을 져야 했고, 예술적 표현에 대한 자유와 억압에 대한 의견을 얼떨결에 나누게 되기도 한다.

말로는 예술에 대한 자유로움을 보장한다고 해놓고 정도를 넘어서거나 특정 단체의 심기를 거스르면 바로 제재하는 여론에 힘을 실어주기 마련이었다.

 

이렇게 예술적인 면에서의 위선 외에 거리에서 구걸을 하는 사람을 대하는 크리스티안의 위선도 볼 수 있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나 기분이 좋을 때 구걸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확연히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상황이나 감정에 따라 선을 행하는 그가 가식적이었다. 그의 행동이 나쁘다고, 그렇다고 착하다고도 할 수 없었지만, 노숙자와 난민이 많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일반적인 모습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크리스티안이 앞서 등장한 미술관에서의 여러 에피소드와 편지로 발생한 사건을 경험하면서 위선을 떨쳐버리려고 애를 쓰는 모습을 통해 이전과는 달라질 것 같다는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딸들 때문이었는지 환청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한 걸음 떨어져서 그들만의 세상을 지켜보게 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좋은 변화라고 보였다.

 

 

2017년 제70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였다. 영화제 수상작이 취향에 맞을 때도 있고 안 맞을 때도 있지만, 내가 감상한 칸영화제 수상작은 1편을 제외하곤 다 괜찮게, 재미있게 본 편이라 이 영화도 찾아보게 됐다.

 

초반엔 이게 무슨 내용인가 싶었는데, 갈수록 많은 이야기와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등장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장르가 블랙코미디라 예술에 심취한 사람들의 행동이 재미있었고, 어이없어서 당황스러운데 웃겼다.

러닝타임이 좀 길긴 했지만 사람들의 위선에 뼈를 때리는 표현이 인상적이라 즐겁게 봤다.

영화 더 스퀘어(The Squar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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