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Hector and the Search for Happiness, 2014)

정신과 의사 헥터는 런던에서 여자친구 클라라와 함께 살며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게 지내고 있다. 매일 똑같은 날의 반복일지라도 그는 그게 단순하고 편안해서 좋았고, 클라라도 정해진 틀대로 사는 헥터에게 따라줬다. 정신과 의사로 일하는 것 역시 나쁘지 않았다. 자신의 불행을 말하기 위해 찾아오는 많은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처방을 내려주는 일의 반복이었어도 헥터는 그런대로 괜찮은 듯했다.

그러다 주기적으로 오는 환자 중 어떤 기운을 가지고 사람의 과거나 미래를 꿰뚫어보는 여자가 헥터의 허를 찔렀다. 헥터가 모든 환자들에게 같은 말만 반복하며 진실성이 없다고 했고, 가까운 미래에 여행을 떠날 거라는 말과 함께 과거에 그가 기르던 개가 죽은 이야기와 그래서 외로웠겠다는 말을 늘어놓았다. 그녀의 말 때문인지 헥터는 이후에 만난 환자들을 제대로 대하기 어려워졌고, 심지어는 버럭 화를 내버리기도 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 헥터는 환자들을 위해 행복이 뭔지 찾아보고 싶어서 기약 없는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어디로 갈지,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고 무작정 떠나려고 하는 헥터를 보는 클라라는 섭섭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를 보내준다.

헥터는 괜찮은 직업을 가지고 좋은 집에서 살며 멋진 여자친구도 있는 어른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그의 모습만 본다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그런 인생이라 볼 수 있었다. 그런 헥터의 내면에는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아이가 있었다. 남자가 소년이었을 때 대부분 그러하듯 그는 모험심이 가득했다. 자신이 직접 모는 경비행기의 뒷좌석에 가장 친한 친구인 강아지를 태워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을 꿈꿨다. 성인이 된 지금은 가끔 꿈으로 꾸기도 했다. 그의 상담실에는 그것과 관련된 책, 작은 모형들을 장식으로 세워놓기도 했다.
헥터는 여태껏 과거에 대해 인식하지 못했으나 그를 꿰뚫어본 환자의 말로 인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어렸을 때는 강아지가 유일한 친구였고, 현재는 친구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는 마음을 나누며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지만 행복한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클라라에게 행복하냐고 단순하게 물어보지만 그녀는 헥터의 말을 오해하고 슬퍼했다.
자신이 행복한지 아닌지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이 행복해지고 싶어서 현재의 불행을 상담하러 온 환자에게 명쾌한 답을 줄 수 없는 게 당연했다. 누군가를 상담해 주기보다는 헥터가 먼저 상담을 받아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헥터는 상담 대신 행복의 의미를 찾아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헥터가 숨겨놓은 사진을 보고도 말하지 않았던 클라라가 섭섭해하는 걸 보며 두 사람에게도 약간의 문제가 있다는 게 느껴졌다. 겉으로는 서로에게 더없이 다정하며 너무나 행복한 커플이었지만, 그들은 진심이나 과거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클라라는 사실 다른 여자들이 그러는 것처럼 가정을 꾸리고 아기를 가지고 싶었다. 그리고 헥터가 숨겨놓은 사진 속 아그네스에 대해 궁금하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어쩌면 두 사람은 문제를 드러냈다가 감정이 상해 싸우게 되는 걸 싫어하는지도 몰랐다. 이유가 있어서 말해주지 않는 거라고 이해하고, 때가 되면 말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서로를 사랑하긴 하지만 어른스럽게 예의를 차리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게 옳다고 여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클라라의 마음을 모르고 무작정 떠난 헥터는 여행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 그들에게 행복한지, 행복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묻는다.
일단 중국으로 가기로 정한 헥터는 비행기 안에서 사업가 에드워드를 만난다. 그에게 행복은 돈이었다. 이혼 후 혼자 살아가는 에드워드는 사람의 마음이 변한 것에 대한 회의를 느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돈만은 절대 변하지 않고 많으면 많을수록 생활에 만족을 준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돈 없고 불행한 것보다 돈 많고 불행한 게 낫다고 생각하는 찌든 어른이라 그런지 에드워드의 말에 공감했다.
그 후 옛 친구 마이클이 오랫동안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 아프리카로 향하는데, 비행기 안에서 만난 여인과 마약상 디에고를 통해 행복은 집, 가족처럼 가까이에 있다는 대답을 듣는다. 마이클은 헥터도 몰랐던 사실을 고백하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행복을 말하고, LA에 사는 첫사랑 아그네스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하는 현재가 행복이라고 말했다.

결국 행복이란 가족, 사랑하는 연인, 좋은 친구들 등 소중한 사람에게서 얻게 되는 것이었다. 물질적인 것만이 행복을 주는 게 아니라 마음을 나누고 공감하고 감정을 느끼는 게 바로 행복이었다. 사람이란 다 같은 마음이 아니라서 때로는 행동이나 말로 인해 상처를 받게 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지만, 나쁜 감정보다는 좋은 감정을 훨씬 더 많이 얻는다.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니 말이다.
헥터가 어릴 때부터 외로움에 익숙했기 때문에 가까이에서 찾을 생각을 하지 못해 멀리까지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었다. 정말 소중한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는 걸 보여준 결말이었다.

영화는 프랑스 작가가 쓴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원작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주인공 이름이 꾸뻬라서 제목을 그렇게 지은 걸로 알고 있고 영문 제목도 주인공 이름으로 바꿨는데, 한글 번역 제목은 왜 그대로 꾸뻬인지 좀 의아하다.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취지에 맞게 좋은 의미가 가득했던 영화지만, 비행기에서 에드워드와 친해진 후 그가 헥터를 위해 돈을 지불한 어떤 부분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랑 같은 감정은 돈으로 살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헥터의 행동이나 감정, 수첩에 쓴 말도 심히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그 부분 하나만 제외하면 영화는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어서 좋았다.

 

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Hector and the Search for Happiness,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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