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타카(Gattaca, 1997)

가까운 미래.
우주 항공 회사 “가타카”에서 일하는 제롬은 완벽한 인간이었다. 큰 키에 잘생긴 외모, 우주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업무 능력도 뛰어나 회사의 최고 직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곧 있을 우주 비행을 앞두고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줄곧 우주에 가기를 희망했는데 드디어 꿈을 이룰 날이 머지않았다. 주기적으로 받는 유전자 검사도 당연히 문제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안에서 감독관 한 명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곧바로 경찰이 투입되어 사건 현장의 흔적들을 수습했는데, 회사에 들어올 수 없는 부적격자의 흔적이 발견되어 경찰은 전 직원들의 혈액을 채취해 정확한 신원을 가려내려고 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제롬은 불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한다.

미래는 인공수정으로 우수한 아이를 제조해낼 수 있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아이의 수명이나 시력, 탈모 여부 등을 정할 수 있었고, 운동 능력과 지능, 성격까지도 설정할 수 있었다. 태어날 아이의 인생을 위해 좋은 유전자로 좋은 운명을 만들어내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세상에 살면서 가타카에서 일하는 제롬은 사실 제롬 행세를 하는 빈센트였다.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많은 사람들과 달리 자연적인 방법으로 수정되어 탄생한 사람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빈센트의 유전자에는 인공수정이었다면 설정하지 않았을 정보가 가득했다. 태어나자마자 채취한 혈액에서 얻은 유전 정보 결과, 수명은 서른 살까지였고 시력은 나빴으며 온갖 질병에 걸릴 확률도 높다고 나왔다. 부모는 망연자실했고, 빈센트가 자라나면서 갖은 걱정을 달고 살아야 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부모는 다음엔 인공수정을 통해 완벽한 아이 안톤을 만들었다. 어느 정도 자란 뒤, 키도 크고 능력도 뛰어난 안톤과 늘 비교가 되던 빈센트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기 위해 집을 떠났다.

하지만 부적격자의 유전자를 가진 빈센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우주에 가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가타카에 입사하고자 했지만, 모든 일에 유전자 정보를 가장 먼저 확인하는 환경에서 그는 절대 그곳에 들어갈 수 없었다. 빈센트는 그렇게 꿈과는 다른 삶을 살다가 제롬 유진 모로우를 만나게 됐다. 제롬은 빈센트의 동생 안톤처럼 만들어진 사람이었다. 누가 봐도 멋진 외형에 운동도 잘해서 대회에 나가 메달을 땄을 정도였지만, 갑작스러운 사고로 하체가 마비되어 다시는 걸을 수 없었다.
유전자 중개인의 소개를 통해 만난 그들은 제롬이 제공한 온갖 유전 정보로 만반의 준비 과정을 거쳐 빈센트를 대외적으로 우성 유전자 제롬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하 결말 스포일러 및 개인적인 생각을 포함하고 있음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진 세상이었다. 우성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절대 할 수가 없었다. 아기가 태어났을 때 얻은 유전자 정보에 쓰인 대로 그 사람의 미래와 인생을 모두 정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해도, 저지를 생각도 없다고 해도 잠재적 범죄자, 잠재적 알코올중독자 등의 취급을 받으며 살 수밖에 없었다.
무슨 짓을 해도 운명을 절대 바꿀 수 없는 부당한 세상이었다.

이런 세상에서 우성 유전자들만 갈 수 있는 우주여행을 꿈꾸는 빈센트는 갖은 노력을 했다. 가타카에 입사하지 못한다면 청소 직원으로라도 그곳에서 일하며 애를 썼지만, 유전자를 바꾸지 않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빈센트만큼 노력하는 사람은 없었고, 우주여행에 적합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드물었다. 나쁜 유전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사람이 보여줄 가능성을 미리 차단해버리는 것은 불합리했고 불평등했다.
빈센트의 불행한 삶을 보자면 그와는 정반대인 제롬의 삶은 행복해야 마땅했다. 우수한 유전자로 만들어진 좋은 운명을 타고났으니 당연히 행복해야만 했다. 하지만 제롬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었어도 불행했다. 수영 대회에서 1등이 아닌 2등을 했다는 결과를 실패라고 생각하며 마음에 새겼다. 그리고 운명에 기록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다시는 걸을 수 없게 되어 자신에겐 미래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신의 유전 정보를 팔아넘겼다. 빈센트와 사랑에 빠진 아이린도 마찬가지였다. 가타카에서 일하는 우성 유전자를 가진 여자였지만 더 멀리 가고 싶은 열망이 있어도 신체적 한계가 있다는 유전 정보에 얽매일 수밖에 없었다.

태어난 사람이 아닌 만들어낸 사람, 이른바 좋은 인재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일하는 구조였지만, 그 사회에서 사람들은 과연 행복할까 싶었다. 제롬이나 아이린을 봐도 그렇게 행복한 것 같지 않았고, 가타카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획일화되어 있다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은 안 들었기 때문이다.
잘생기고 예쁘고, 키가 크고 몸매가 좋고, 가진 게 많고 똑똑한 머리를 타고났어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었다. 행복은 외형적인 것, 물질적인 것으로 얻는 게 아닌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었다. 많은 걸 가졌어도 마음이 공허하면 행복하지 않는 게 당연했다.

이런 사회에서 그토록 염원하던 목표를 이룬 빈센트가 더욱 특별해 보였다. 사회 구조를 절대 바꿀 수 없는 단 한 명의 사람이었지만, 그는 정해진 운명을 거부하고 꿈 하나만을 이루기 위해 살았다. 아무리 운명이 발목을 잡는다고 할지라도 노력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그리고 빈센트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아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아이린, 형사, 유전자 검사 직원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이 구조의 한계를 깨달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운명을 벗어나려고 하는 빈센트의 편이 되어주었다.


영화를 보기 전, 대략의 내용과 유명한 세 배우가 출연한다는 사실만 알고 보다가 경찰의 정체가 밝혀진 부분에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출연하는 배우들의 인물 정보도 읽지 않고 봤기 때문에 정체를 전혀 상상도 못했다.(반전 영화만큼 놀랐음..)
요즘에도 활동을 열심히 하는 배우들의 젊었을 적 모습이 참 풋풋해서 무게감 있는 내용과는 별개로 눈이 즐거웠다. 에단 호크와 주드 로의 젊었을 때 영화를 몇 번 본 적이 있어서 나름 익숙했지만, 우마 서먼의 옛날 영화를 본 적이 없어서 아름다운 모습에 넋을 잃었다.
근데 에단 호크와 주드 로가 안 닮았는데 설정 때문에 자꾸 닮았다고 하니까 나중엔 닮아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결론은 안 닮았다.

20년도 더 된 영화에 러닝타임도 짧지만 내용은 깊이 있었다. 미래를 배경으로 유전자와 운명을 엮어 제한된 삶과 그 이상의 꿈에 대해 말하는 영화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운명을 바꾸기 위한 노력에 대해서도 의미가 있는 영화였다.

영화 가타카(Gattaca,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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